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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 집은 내 마음이고 몸이기도 했다.

by oridosa 2022. 8. 9.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 집은 내 마음이고 몸이기도 했다. ] 


나는 노인의 이야기를 듣는 게 좋다. 일 관계로 인터뷰한 노인은 무수히 많다. 소설가, 철학자, 피아노 조율사, 요리 연구가, 조각가, 양조 장인, 조산사, 성서 연구가, 외과의, 전당업자 등등. 일부를 제외하면 경험의 총량과 이야기의 재미는 비례한다. 정년을 앞둔 점잖은 남자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사락사락 내리는 눈 같은 노인의 이야기를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다면 나 같으면 분명히 듣는다. 금세 잠이 들지도 모르지만 그건 그것대로 좋다. - 15p.

소노다 씨는 명백히 별난 사람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집에 관한 의향은 아주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난 이제 나이도 나이니까 미국으로 이주하면 이 집으로 돌아올 수 없어요. 그래도 무너지거나 불타지 않고 이 집이 이곳에 무사히 있다고 미국에서 상상하고 싶어요. 섬뜩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말면 좋겠는데, 집에는 혼이 깃들거든요. 그러니까 손쉽게 허물거나 하면 후환이 두려운 거예요. 소노다 씨는 그렇게 말했다. - 22p.

소노다 씨가 메일에 쓴 두껍닫이는 왼쪽에 있다. 그 안의 덧문은 한 번도 꺼낸본 적이 없었다. 손을 넣는 틈새로 가느다란 지푸라기 조각 같은 게 여럿 튀어나와 있었다. 더 가까이 다가가서 살짝 들여다보려고 한 순간, 반지르르 윤이 나는 검은 머리의 박새가 얼굴을 내밀었다. 구슬 같은 까만 눈과 내 눈이 순간 마주쳤다. 놀랄 겨를도 없이 박새는 파득파득 날개를 치며 날아갔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주름식 블라인드를 끝까지 올린 뒤 나는 뒤걸음쳐 반대편 벽에 몸을 기댄 채 책상다리를 하고 앉았다.

새는 바람을 많이 피운다고 책에서 본 적이 있다. 새끼의 DNA를 검사하면 다른 수컷의 새끼가 육십 퍼센트씩이나 된다는 모양이다. 원앙 한 쌍이 늘 같이 있는 것은 사이가 좋아서가 아니라 바람피우지 못하게 암컷이 감시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정말일까. - 63p.

가나와 헤어지고, 아내와 헤어지고, 아들도 미국에서 돌아오지 않고, 이 오래된 집에서 홀로, 이대로 누구와도 멀게, 조용히 살아갈 줄 알았다. 가나는 근처에 살아도 먼 존재로 그곳에 있으면서, 늙어 병이 생긴 아버지와의 생활을 지켜나갈 줄 알았다. ~ 혼자 사는 생활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는 집을 고치면서 조금씩 갖춰졌다. 남 앞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말이지만, 집은 내 마음이고 몸이기도 했다. ~ 그러나 가나의 존재가 집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알았다. - 197p.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 마쓰이에 마사시, Masashi Matsuie / 권영주 / 비채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 마쓰이에 마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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