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버리고 살고 싶은 집짓기] 집짓기의 기본을 말하다.
[아파트 버리고 살고 싶은 집짓기 / 니시야마 데츠로 / 박재현 / 아름다운사람들]
구조가 반듯한 집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안정감을 준다. 아름다운 집은 구조가 반듯한 것에서 시작한다. 화려하고 특이한 집을 짓다보면 구조의 기본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집은 오래가지 못한다. 금방 싫증이 나고, 사람살이가 편하지 않다. 집을 설계하는 과정에는 그 집에서 생활하는 사람의 기호나 생활방식, 가족 구성원의 생활습관 같은 요소들이 고스란히 반영되어야 한다. 집의 기본 구조에 이러한 요소들이 결합되면 다양한 형태의 집이 탄생된다.
이 책은 ‘집짓기의 정석’을 보여준다. 그 동안 많은 집짓기 책들이 보기 좋은 집, 눈길을 끄는 집들을 소개하는 방식이었다면, 이 책은 말 그대로 집짓기의 기본을 말한다. 기본이란 수많은 변형(응용)을 낳을 수 있는 원칙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의 처음은 집짓기의 가장 기본이 되는 다섯 가지 항목을 설명하고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책의 나머지 부분도 신뢰할 수 있게 되었다. (매우 만족스러운 책이다.) 기본과 그 중요성을 잘 설명하고 있다. 다섯 가지 항목은 다음과 같다.
1. 햇빛 : 남동향만 고집하지 말 것. 입사각, 남중고도가 중요하다.
2. 채광 : 계절에 상관없는 안정된 채광은 북쪽 창에 달렸다.
3. 통풍 : 통풍은 창의 크기가 아니라 차 위치가 결정한다.
4. 단열 : 현대적 감각의 집일수록 창이 단열 성능을 좌우한다.
5. 내구성 : 유지, 관리하는 장치를 설계에 넣는 집이 튼튼하다.
이 책에서는 총 55가지 항목을 이야기 하고 있는데, 저자는 그 중에서 이 다섯 가지를 기본 항목으로 분류를 해놓았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요즘에는 건축자재와 기술, 보조수단이 좋아져서 다섯 가지 항목을 챙기지 않고 짓는 건물들도 많다. 햇빛과 채광은 조명기구를 쓰고, 통풍은 공기청정기를 쓴다. 더우면 에어컨을 추우면 온풍기를 쓴다. 집의 방향과 창의 위치를 예전만큼 따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좋은 집이란 손이 덜 갈수록, 자연환경을 잘 이용할수록 좋은 집이다.
햇빛 : 남동향만 고집하지 말 것. 입사각, 남중고도가 중요하다.
구조 : 누수에 강한 집 구조가 비용도 절감하고 시공도 쉽다.
지붕 : 경사는 3/10 물매, 처마는 대지에 비례해 설계한다.
대지 : 건축가는 집보다 주차장 위치 계획을 먼저 한다.
공간배치 : 직하율 60퍼센트가 넘는 공간 배치를 기준으로 한다.
창 : 처마 끝과 창, 창과 창의 간격을 정돈하라.
계단 : 계단참에는 반드시 창문이 필요하다.
디자인 : 인테리어 기본은 라인 맞추기에 있다.
머리벽 : 작은 집은 머리벽이 없을수록 좋다.
마감재 : 마감재는 '흰색-노란색' 조합이 최고
걸레받이 : 몰딩은 생략해도 이것은 반드시 작업해야 한다.
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집, 전등이 없어도 한낮에 환한 집, 창문만 열어도 환기가 저절로 잘 되는 집, 이런 집에서 살고 있는가? 아주 기본적인 것이지만 이런 집이 의외로 드물다. 대량으로 급하게 짓다보니 통풍 안 되고, 낮에도 어둡고, 여름에 습한 집들이 많다. 집짓기의 기본을 망각하고 지은 집이기 때문에 그렇다. 돈 벌려고 지은 집이라서 그렇다.
어머니가 예전에 살던 집은 남향으로 큰 창이 있었다. 겨울에도 햇빛이 거실로 오래 들어와서 보일러를 켜두지 않아도 춥지 않았다. 여름엔 시원했고 통풍이 잘 되었다. 늘 밝고 쾌적한 집이었다. 가족들이 모두 좋은 집이라고 했다. 지금 사는 집은 통풍이 제대로 되지 않아 냄새가 빠지지 않고, 습기가 많이 찬다. 집에서는 가습기를 쓴다. 예전 집에서 살 때는 건물을 지은 사람의 얼굴을 매일 봤다(이웃에서 살았으니까). 지금 사는 건물을 지은 사람은 집을 산 이후로 행적을 알 수 없다. 자기가 살려고 지은 집과 돈 벌려고 지은 집은 기본에서 차이가 난다.
다섯 가지 기본 항목 외에도 초보 건축주가 알아야 할 건축 키워드(lesson 2)로 집의 구조, 지붕, 창, 현관, 진입로, 담의 기능과 구조, 위치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건물 설계와 집안 배치에서 체크해야 할 부분들도 다룬다(lesson 4). 현관의 방향, 배치부터 다용도실, 발코니, 아이 방, 복도, 부엌, 서재 등등 집안에 있어야 할 장소에 대해서 어떤 위치가 좋은지 근거를 대며 쉽게 설명한다. 설명을 읽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저자는 집짓기에 관한 55가지 항목을 설명하면서 미래의 집주인들이 건축에 앞서 필요한 지식을 얻기를 원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 책은 충분히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의식주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의식주의 순서와 관심을 갖는 기간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지금 내 나이는 집에 관심을 가질 때인지 집짓기, 집 꾸미기에 관한 책을 자주 본다. 책 한 권 본다고 해서 안목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 권 한 권 책을 보다보면 지식과 안목이 하나씩 생길 것이다. 이 책은 매우 만족스럽다. 기본을 다루기 때문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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