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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 죽이기 2 – 강을 건너다, 할 때의 와타루입니다

by oridosa 2019. 5. 18.

[기사단장 죽이기 2 – 강을 건너다, 할 때의 와타루입니다] 2019. 05. 18.


“차갑고 세차고 깊은 강이죠. 배가 없으면 그 강을 건널 수 없어요”라고 긴 얼굴은 말했다. 그러나 대체 어디로 가야 배를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상류일까, 하류일까? 어느 쪽이든 선택해야 했다.

그때 문득 멘시키의 이름이 ‘와타루(涉)’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강을 건너다, 할 때의 와타루입니다”라고 그는 자기 이름을 설명했다. “어째서 이런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는 모릅니다”라고. 그리고 이런 말도 했다. “참고로 저는 왼손잡이입니다. 오른쪽 왼쪽 아무데로나 가라면 저는 늘 왼쪽을 선택합니다. 그게 습관이죠.” 그것은 앞뒤 맥락 없이 불쑥 튀어나온 말이었다. 왜 갑자기 그런 소리를 하는지 그때 나는 잘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더욱 또렷하게 기억에 남은 것이리라.

별다른 뜻 없이 한 말인지도 모른다. 그저 지나가는 얘기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곳은 (긴 얼굴의 말에 따르면) 현상과 표현의 관련성으로 이루어진 땅이다. 나는 여기 나타나는 갖가지 함축과 갖가지 우연을 직시하고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결국 강물을 바라보고 섰을 때 왼쪽 방향으로 나아가기로 정했다. 색이 없는 멘시키 씨의 무의식적 교시에 따라, 냄새도 맛도 없는 물이 흐르는 강줄기를 따라 내려간다 – 그것은 뭔가를 암시하는지도 모른다. 혹은 아무것도 암시하지 않는지 모른다. - 388p.

기사단장 죽이기 2 / 무라카미 하루키 / 홍은주 / 문학동네

 

기사단장 죽이기 /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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