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단장 죽이기 1 – 제가 보고 싶은 것은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2019. 05. 1.
“제가 보고 싶은 것은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망원경으로 눈을 가져갔다. 동그란 시야 속에는 산중턱에 서 있는, 외벽에 멋스럽게 나무를 댄 주택이 보였다. 역시 산의 경사면을 이용해 지은 2층집이고 이쪽으로 테라스가 나 있다. 지도상으로는 우리집 바로 옆이겠지만 지형 때문에 곧장 오갈 수 있는 도로가 없으므로 아래쪽에서 각기 다른 길로 올라가야 한다. 창문에 불이 밝혀져 있지만 커튼이 쳐져서 안쪽까지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커튼이 걷혀 있다면, 그리고 방에 불이 켜져 있다면 안에 있는 사람의 모습이 꽤 뚜렷이 보일 것이다. 이 정도 성능의 망원경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터였다.
“방금 보신 그 집에는 제 딸일지도 모르는 소녀가 살고 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멀리서, 작게라도 좋으니 그저 보고 싶은 겁니다.”
“다시 말해 당신은 자신의 딸일지도 모르는 그 소녀의 모습을 매일 망원경으로 바라보기 위해 골짜기 맞은편에 있는 이 집을 사들였다. 오로지 그 이유만으로 거금을 주고 이 집을 매입하고, 또 거금을 들여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했다. 그런 이야기인가요?” - 454p. ~ 456p.
기사단장 죽이기 1 / 무라카미 하루키 / 홍은주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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