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라디오 탐심 ] 라디오 방송을 수신하는 라디오 기계가 품은 시대의 흔적들.

by oridosa 2022. 10. 26.

[라디오 탐심 ] 라디오 방송을 수신하는 라디오 기계가 품은 시대의 흔적들.


라디오 탐심 (라디오에서 찾은 시대의 흔적들) / 김형호 / 틈새책방 

라디오 탐심 / 김형호


인문의 흔적이 새겨진 물건을 探하고 貪하다.

라디오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라디오 방송이고 또 하나는 방송을 듣는 기계 라디오다. 둘은 뗄 수 없는 관계다. 방송이 없다면 기계는 무용지물이고 기계가 없다면 방송은 전달되지 않는다. 요즘은 컴퓨터와 휴대폰으로 방송을 듣는 일이 많아서 라디오의 가치가 퇴색되는 것 같지만, 여전히 기계 라디오는 방송을 수신하는 대표 장치다. 저자는 어릴 때부터 라디오에 심취해서 성인이 돼서는 방송국에 취직하고, 틈틈이 라디오 기계를 모으기 시작했다. 라디오와 뗄 수 없는 운명이다. 그렇게 모은 라디오가 1000여 대 이상이고, 집에 둘 곳이 없어서 따로 보관장소(모던춘지)까지 마련했다. 

세상의 모든 라디오를 만나 보겠다는 욕심으로 라디오 수집을 시작했다. 그렇게 10년이 흘러 수집한 라디오가 1,000개쯤 됐다. 언젠가는 박물관을 설립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에게서 죽비 소리를 들었다. “이런 물건을 혼자만 보고 즐기는 것은 이기적이고 세상에 대한 배신입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국내의 중고시장, 골동품 가게 등을 누비며 옛 라디오를 찾고, 해외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외국에서 중고라디오를 공수하기까지 했다. 100년 전에 만들어진 진공관 라디오부터 IC칩의 시대를 연 트랜지스터라디오까지. 보급형 라디오부터 고가의 명품 라디오까지. 그의 수집은 오로지 ‘세상의 모든 라디오를 다 만나보자’는 뜻을 품고 있다. 

라디오의 시작은 많은 공학적 의미를 부여한다. 라디오는 전파로 세상의 크기를 줄인, 소통의 수단이었다. 라디오 방송은 정보전달의 대표주자로, 교양과 예능, 오락거리의 한 부분을 담당했다. 역사적으로 시민계몽이라는 불편한 표현도 있고, 독재자에 의한 정권 홍보의 흑역사도 있다. 라디오는 탄생과 성장, 전성기와 쇠퇴기를 거치는 동안 인간, 그리고 사회와 상호 작용을 하며 인류 문명을 만들어냈다. [라디오 탐심]은 라디오라는 물건을 통해, 지난 100년간 인류가 거쳐 온 세월의 흔적을 읽는 책이다. 27가지의 이야기를 통해 라디오가 걸어온 역사와 인류의 역사를 연관 지어 다양한 해석을 한다. 

라디오는 단순한 공산품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 역사적 맥락을 담고 있다. 인간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물건이다. 작은 라디오로 심야방송을 들었던 사람들에게 라디오는 ‘친구’, ‘동행’과 다름없다. 삶의 위안을 얻고, 정보와 재미를 얻었다. 방송을 듣고, 라디오를 조립하고, 점차 성능 좋은 라디오로 옮겨가기도 했다. 휴대폰이 모든 것을 장악한 요즘에도 라디오는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쉽게 사그라들 문명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라디오 방송을 라디오 기계로 듣는 것은 그만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의 [만년필 탐심]과 더불어 틈새책방의 [라디오 탐심]은 출판사에서 추구하는 ‘인문의 흔적이 새겨진 물건을 探하고 貪하다.’에 걸맞은 책이다. 무언가에 이렇게 진심인 것은 부러운 일이다. 다른 시리즈도 기대한다. (내가 그런 책을 쓰는 것 또한 좋지 아니한가)

 

 

라디오 탐심 - 좋은 라디오와 좋은 방송을 만든 애트워터 켄트

[라디오 탐심 - 좋은 라디오와 좋은 방송을 만든 애트워터 켄트] 애트워터 켄트는 제품뿐만 아니라 라디오 방송을 후원하며 라디오 보급에 힘썼다. 1926년부터 1934년까지 미국의 N

oridosa.tistory.com

 

 

라디오 탐심 - 독일 광부들의 축구 사랑 이야기

[라디오 탐심 - 독일 광부들의 축구 사랑 이야기 ] 라디오 탐심 : 라디오에서 찾은 시대의 흔적들 언젠가 축구 잡지에서 접한 독일 광부들의 축구 사랑 이야기가 떠올랐다. 축구

oridosa.tistory.com

 

 

[만년필 탐심 ] 만년필 수집과 수선의 모든 것. 만년필의 매력에 빠지다.

[만년필 탐심 ] 만년필 수집과 수선의 모든 것. 만년필의 매력에 빠지다. [만년필 탐심 / 박종진 / 틈새책방 ] 인문의 흔적이 새겨진 물건을 探하고 貪하다. 1. 고급 필기구 하면 

oridosa.tistory.com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