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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의 약속 - 직업인으로서 저지른 범죄에 더 엄격해야 하는 이유

by oridosa 2019. 6. 16.

[주식회사의 약속 - 직업인으로서 저지른 범죄에 더 엄격해야 하는 이유 ] 


자신의 직업을 이용한 범죄는 가혹할 정도로 엄격해야 한다. 공무원이 그 직위에 부여된 권한을 이용해 사적인 이득을 챙겼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다시는 공직에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의사가 약품을 빼돌려 이득을 챙기거나 의료도구를 이용해 사람을 다치게 했다면 다시는 의사 가운을 입지 못하게 해야 한다.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다. 그냥 일반인의 자격으로 서지른 범죄와 전문적 식견을 갖춘 직업인으로 저지른 범죄는 다른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식칼이 강도의 손에 들어가면 흉기가 되듯 어떤 직업이 가진 업무와 권한이 이를 오남용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면 흉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 상식이며, 대중의 상식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이런 내 상식은 광복절만 되면 무너지곤 했다. 횡령이나 배임으로 형을 살고 있는 기업인에 대한 특별사면 때문이었다. 해마다 광복절이 되면 대통령의 특별사면 대상에 누가 포함되는지를 관심 있게 지켜봤는데 항상 재벌총수가 그 중심에 있었다. 엄벌을 외치던 신문들도 이 시기가 되면 이상한 논리를 폈다. 그중 할 말을 잊게 한 칼럼이 있었다. 칼럼의 필자는 기업인을 사면하는 것이 그들에게 더 무거운 사회적 책임을 지우는 방법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폈다. 사면을 통해 그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열정과 역량을 기업 활동에 쏟도록 유인해야 하며, 그 결과 일자리가 생기고 경쟁력이 강화되면 그것으로 우리 사회가 명확하게 보상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폈던 그는 무려 법학과 교수였다.

사실 이런 논리는 꽤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 같다.

‘총수가 감옥에 있으니 기업의 의사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의사결정권자가 감옥에 있으니 투자 결정을 내릴 수도 없다. 한 사람이 갇혀 있음으로 해서 거대한 기업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를 사면하면 고마워서라도 투자를 할 것이고 그러면 경제 활성화도 되고 일자리도 늘어나는 것이 아니냐.’ 그럴싸한 궤변이다.

기업의 돈을 경영자라는 직함을 이용해 빼돌린 사람이 경영을 잘할 거라는 논리는 말이 되지 않는다. 사면되었기 때문에 투자를 많이 한다면 그것 역시 경영자로서는 실격이다. 사업적 가치가 있어서가 아니라 보은하는 심정으로 투자한다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리 만무하다.

- 42p. ~ 44p.

주식회사의 약속 / 박영옥 / 프레너미

 

주식회사의 약속 / 박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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