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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길들로부터의 위안 - 한양도성을 순성(巡城)하는 일

by oridosa 2023. 2. 24.

[오래된 길들로부터의 위안 - 한양도성을 순성(巡城)하는 일 ]


[도보 여행의 즐거움]에서 미국의 언론인이자 뉴욕시립대학교 총장이었던 존 핀리는 “가장 즐거운 도보 여행은 도시 외곽을 따라 걷는 것”이라 했지요. 확신하건데, 한양도성을 순성(巡城)하는 일이야말로 옛 도시의 외곽을 따라 걷는 가장 완벽한 방법일 것입니다. 거기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깊이 있는 통찰까지는 아니더라도, 한 도시가 거쳐온 시간의 궤적 속에서 다채로운 풍경을 조망하며 우리는 어느 곳에서보다 즐거운 도보 여행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걷는 길이 그토록 즐거웠던 건 그런 수만 가지 풍경 때문만은 아니겠지요. 저는 미니멀리스트도 아니면서 서울의 너무 많은 것들이 늘 이상했습니다.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이렇게까지 모여 살게 만들었을까. 그럴 때면 오래된 성돌 하나가 말을 건네오는 거예요. 그건 너무 멀찌감치 물러서 있었기 때문이라고. 때론 가까이 다가가야만 알게 되는 것이 있다고.

거기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만나게 될지 직접 가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습니다. 길은 우리가 미처 몰랐던 것들을 짜~잔하며 보여줄 수 있고, 또 위로는 그만하면 충분히 해주었으니, 이제부터는 각성의 길로 나아가라며 쭈뼛거리는 우리의 손을 잡아끌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자세히 보기 위해 우리는, 우리가 보았던 풍경 속으로 다시 들어가야만 합니다. - 70p.

순성하다 : 巡城--
1. 성의 둘레를 돌아다니며 경계하다.
2. 성을 두루 돌아다니며 구경하다.

오래된 길들로부터의 위안 / 이호정 / 해냄 

 

오래된 길들로부터의 위안 / 이호정
오래된 길들로부터의 위안 / 이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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