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곳에서 온 편지 / 루쉰 - 인생의 갈림길과 막다른 길 ]
‘인생’이라는 긴 여정을 가는 데 가장 흔히 만나는 난관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갈림길’입니다. 묵적 선생의 경우에는 통곡하고 돌아왔다고 전해집니다. 그런데 나는 울지도 않고 돌아오지도 않습니다. 우선 갈림길에 앉아 잠시 쉬거나 한숨 자고 나서 갈 만하다 싶은 길을 골라 다시 걸어갑니다. 우직한 사람을 만나면 혹 그의 먹거리를 빼앗아 허기를 달랠 수도 있겠지만, 길을 묻지는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도 전혀 모를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막다른 길’입니다. 듣기로는 완적 선생도 대성통곡하고 돌아갔다고 합니다만, 나는 갈림길에서 쓰는 방법과 마찬가지로 그래도 큰 걸음을 내딛겠습니다. 가시밭에서도 우선은 걸어 보겠습니다. 그런데 나는 걸을 만한 곳이 전혀 없는 온통 가시덤불인 곳은 아직까지 결코 만난 적이 없습니다. 세상에는 애당초 소위 막다른 길은 없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요행히 만나지 않은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 590p. ~ 591p.
루쉰 전집 13 / 루쉰 / 그린비
* 중국의 문학가이자 사상가인 루쉰(1881~1936)이 훗날 그의 아내가 되는 제자 쉬광핑(1898~1968)에게 쓴 편지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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