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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따뜻한 햇살에서 ] 노부부의 아름다운 일상. 행복한 삶이란 이런 것.

by oridosa 2023. 3. 22.

[내일도 따뜻한 햇살에서 ] 노부부의 아름다운 일상. 행복한 삶이란 이런 것.


[내일도 따뜻한 햇살에서 / 츠바타 슈이치, 츠바타 히데코 / 오나영 / 청림라이프] 

 

내일도 따뜻한 햇살에서 / 츠바타 슈이치, 츠바타 히데코
내일도 따뜻한 햇살에서 / 츠바타 슈이치, 츠바타 히데코


이 책의 겉표지는 80이 넘은 노부부가 나란히 흰 옷을 입고 앉아 있는 사진이다. 원서는 다른 사진을 쓰고 있는데, 나는 이 사진이 좋다. 흔히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의 상투적인 표현을 쓰는데, 두 분의 모습을 보면 딱 어울리는 얘기다.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이 자라서 독립을 하고, 부부의 검은 머리는 파뿌리처럼 하얘졌다.

할아버지(슈이치)는 젊어서 건축설계 일을 하고, 그 후 히로시마대학 교수를 지냈다. 할머니(히데코)는 부유한 환경에서 성장했고, 할아버지와 결혼을 하고 줄곧 할아버지를 내조하며 지냈다. 할아버지가 은퇴를 하고, 노부부는 나고야시 근교에 작은 단층집을 마련한다. 36년 전의 일이다. 부부는 택지에 텃밭과 숲을 가꾼다. 자갈밭이었던 터는 농작물이 하나 둘 씩 늘어나고 휑하던 곳에는 나무가 자라기 시작한다. 이곳으로 이사 오고, 부부는 나무를 심고 밭을 일구고 집을 고쳐가며 살아왔다. 나중에 자녀와 손주들이 머물다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부부의 삶은 단조롭고 간소하다. 부부는 물건을 오래 쓰고, 고쳐 쓰는 것을 좋아한다. 집이 오래되었지만 늘 청소하고 수리해서 살고 있다. 가구며 가전제품, 생활도구들도 오래된 것들이다. 부엌은 좁고, 따뜻한 물도 나오지 않는다. 필요할 때마다 물을 데워 쓴다. 작은 공간도 알뜰하게 사용하는 것이 윤택한 삶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조금은 불편한 듯, 천천히 사는 것이다. 식재료도 텃밭에서 가꾼 것을 먹는다. 직접 가꾼 것을 이웃과 나눠먹는다.

이 책은 봄여름가을겨울, 노부부의 생활과 텃밭의 변화를 담고 있다. 책에서는 일 년의 시간이 담겨있지만, 부부는 은퇴 후 지금까지 같은 듯, 늘 새로운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삶에 조금씩 변화를 주기에 가능한 일이다. 늘 같은 모습처럼 보이지만 텃밭의 농작물들은 계절마다 변하며 집도 해마다 그 모습을 조금씩 바꿔가고 있다. 그 변화는 모두 노부부의 손으로 이루어진다. 그 흔적이 집안 곳곳, 텃밭 곳곳에 스며있다. 시간의 흔적을 누가 무시할 수 있는가. 그것으로도 대단하고 감동스러운 일이다.

     변화가 없는 집에서는 추억마저도 줄어드는 게 아닐까. 집안에 변화를 주는 일을 통해 집안 구석구석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마음을 쓰고, 불편한 곳은 적극적으로 고쳐가는 것. 집의 모습을 바꿀 때마다 집에 대한 추억과 애정이 커가는 듯. - 158p.

오래도록 부부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비결에 대해서, ‘서로 강요하지 않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때로는 무심한 듯’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대답을 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을까. 결혼한 사람들은 모두 부부가 오래도록 사랑하며 살기를 원한다. 그런데 일찍 결혼생활을 끝내거나 불행하게 살아가는 경우도 있다. 노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행복이란 바로 이런 모습 아닐까 생각했다.

할아버지의 ‘기록하는 습관’도 인상적이었다. 할아버지는 텃밭 어디에 무엇을 언제 심었는지 꼼꼼히 기록한다. 그리고 언제 누가 찾아왔고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도 시시콜콜하게 적는다. 그렇게 적은 것을 파일로 깔끔하게 정리해서 보관한다.

     “기록이 말끔하게 정리되어 쌓여가는 것을 보노라면 인생이 점점 아름다워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 41p.

     기록을 남기는 일이란 과거를 되살려 지난 세월을 통해 얻은 지혜를 가지고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함. - 155p.

노부부는 먹는 것, 입는 것, 쓰는 것을 밖에서 사오는 것에 의존하기보다는 되도록 만들어 쓰려고 한다. 적게 가지고, 남에게 베풀고,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한다. 그러면서 생활의 아이디어도 떠올린다. 자신만의 음식과 생활방식을 만들어나간다.

나이 들어서의 삶이란 어때야 하는지 노부부의 모습에서 엿볼 수 있다. 노년의 삶은 말이 필요 없다. 너무 편한 것만 찾지 말고 꾸준히 몸을 움직이되, 거추장스럽지 않게, 그저 보고, 느끼고, 감탄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 아니겠나.

      “자신의 삶을 알차게 보내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훨씬 더 알차지지요. 삶이란 하루하루가 모여서 만들어지는 것이니까요.”

(2014.08.14)

* 배우자와 오래도록 행복하게 같이 사는 것. 참 부러운 일이다.
* 두 분 모두 돌아가셨다. 할아버지가 몇 년 일찍, 할머니는 2019년에 돌아가셨다.

 

 

어느 노부부의 삶의 마무리. 쓰바타 슈이치, 쓰바타 히데코

[어느 노부부의 삶의 마무리, 쓰바타 슈이치, 쓰바타 히데코] 2019. 05. 31. 국내에서 [밭일 1시간, 낮잠 2시간], [내일도 따뜻한 햇살에서]의 책을 통해 알려진 노부부 쓰바타 슈이치(1925년생)와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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