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속한 조용한 세계의 태엽을 감았다. - 태엽 감는 새 연대기 1, 도둑 까치 ]
부엌에 가서 물을 마시고, 툇마루에 가서 사료 접시를 살펴보았지만, 어젯밤 내가 거기에 담아놓은 마른 멸치는 한 마리도 줄지 않았다. 고양이는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나는 툇마루에 선 채, 초여름 햇살이 비치는 우리 집의 좁은 마당을 바라보았다. 바라본다고 해서 딱히 마음이 푸근해지는 마당은 아니다. 하루에 아주 잠깐 해가 들 뿐이어서 흙은 언제나 검고 눅눅하고, 나무라야 한구석에 볼품없는 수국이 두세 그루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나는 수국이라는 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근처에 있는 나무에서 마치 태엽을 감는 것처럼 끼이이익하는 규칙적인 새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그 새를 ‘태엽 감는 새’라고 불렀다. 구미코가 그런 이름을 붙인 것이다. 진짜 이름은 모른다. 어떻게 생긴 새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튼 태엽 감는 새는 매일 그 근처 나무로 날아와, 우리가 속한 조용한 세계의 태엽을 감았다. - 17p.
태엽 감는 새 연대기 1, 도둑까치 / 무라카미 하루키, Haruki Murakami / 김난주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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