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를 문학작품으로 승화시킨 예술인. 다니구치 지로의 작품집 [산책]. 문학적 스토리와 담백하면서도 사실적인 작화.
[산책 ] 다니구치 지로의 작품관은 ‘산책’으로 표현할 수 있다.
[산책 / 다니구치 지로, Jiro Taniguchi / 대원 ]
다니구치 지로는 일본의 작가주의 만화를 대표하는 작가다. 그의 만화는 매우 사실적이다. 사진을 그대로 옮긴 것처럼 정교하다. 어느 인터뷰에 의하면 한 컷을 그리는데 한나절이 걸린 그림도 있다고 한다. 책을 한 권 그리기 위해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힘겨운 작업이라는 얘기다. 그림만으로도 마음이 정화된다. 그의 그림에 잔잔한 이야기가 더해져 고품격 문학작품이 된다.
유명작가들의 작품을 만화로 옮기는 것이 많지만 창작도 많다. ‘도련님의 시대’, ‘고독한 미식가’, ‘느티나무의 선물’ 등의 작품은 원작을 옮겨온 것이고, ‘개를 기르다’, ‘열네 살’, ‘아버지’ 등의 작품은 다니구치 지로의 창작이다. 자극적이지 않고 담담한 내용, 빠르거나 과격하지 않고 천천히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작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작가의 이런 면을 좋아한다.
그의 작품관은 ‘산책’으로 표현할 수 있다. ‘고독한 미식가’에서도 골목길과 식당가를 이리저리 둘러보는 것이 핵심이다. ‘우연한 산보’에서도 아무 계획 없이 무작정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닌다. 이 책 [산책]은 ‘완전편’이라고 적혀있는데, 이 시리즈의 완성본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그의 작품세계를 정리한다는 의미도 되겠다.
현대인에게 걷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는 산책은 곧 ‘여유’다. 빠른 속도감에 현대인은 삶의 여유를 잃었다. 많은 물건에 둘러 쌓여 자신을 잃었다. 작가는 천천히 걷기를 통해서 여유를 보여준다. 잔잔한 이야기를 통해서 삶의 여유를 찾게 해준다. 단순하고 간소한 생활에서 삶의 윤택함을 보여준다.
국내에서 일본드라마 [고독한 미식가]가 한창 인기를 끌며 방영되고 있을 때 그의 타계 소식이 전해졌다. (2017년 2월 11일에 타계). 많은 팬들이 ‘그럼 고독한 미식가는?’ 이라며 걱정했다. 물론 원작이 있지만 팬들은 그의 그림으로 그려진 [고독한 미식가]를 원하는 것이다. 참 아까운 인물이다.
이 책은 만듦새도 좋고, 그림도 좋아서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 책 외에도 그의 작품은 가지고 있으면서 마음이 심란할 때 꺼내보고 싶다. 문학적 스토리와 담백하면서도 사실적인 작화는 일반 책이 아닌 하나의 작품으로 책의 가치를 올려놓았다. 더 많은 작품이 나오기를 기대했지만 이제 고인이 되었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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