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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가방 ] 잔잔하지만 쓸쓸한 연애, 느리지만 서로 다가가는 담담한 사랑

by oridosa 2023. 2. 10.

[선생님의 가방 ] 잔잔하지만 쓸쓸한 연애, 느리지만 서로 다가가는 담담한 사랑


[선생님의 가방 / 다니구치 지로,  Jiro Taniguchi 만화, 가와카미 히로미, Hiromi Kawakami 원작 / 오주원 / 세미콜론] 

 

선생님의 가방 / 다니구치 지로 만화, 가와카미 히로미 원작
선생님의 가방 / 다니구치 지로


다니구치 지로의 [선생님의 가방]은 가와카미 히로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원작이 2001년에 나왔으니 만화로 재탄생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다니구치 지로의 작품들 중에 원작을 만화로 옮긴 작품들이 많다. 작가의 순수 창작물도 좋고, 원작이 따로 있는 작품도 좋다. 작가의 섬세하고 서정적인 그림은 더 많은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작가의 작품들을 대부분 읽었는데, 연애에 관한 이야기는 처음인 것 같다. 그것도 아주 쓸쓸한 사랑이야기다. 사람들의 눈에 안쓰러워 보일 수 있는, 뒷말이 나올 수도 있는 그런 사랑이다. 그래도 작가의 손길을 거치니 풋풋한 느낌도 나고, 한편으론 이 사랑이 해피엔딩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생기며 이들을 응원하게 된다.

도시의 작은 술집, 노신사와 30대의 아가씨가 옆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 노신사가 아가씨에게 말을 건넨다. 아가씨는 노신사가 누군지 모르지만 노신사는 그녀를 아는 듯. 노신사는 은퇴한 학교 선생님(마쓰모토 하루쓰나)이고, 여자(오마치 스키코)는 선생님의 오래 전 제자다. 그렇게 술집에서 만나서 가끔 같이 술잔을 기울이는 정도. 그렇게 큰 사건 없이 만화가 이어지는 것 같았는데, 둘 사이에 정이 든다.

선생님은 부인을 떠나보내고 혼자 살고 있다. 스키코는 직장생활을 하며 혼자 살고 있다. 결혼을 해야 하는 나이이지만 결혼에 대한 생각도 없고, 기대도 없다. 결혼이 여의치 않다. 둘 사이에 친근함을 넘어서 연애의 감정이 싹트지만, 둘은 조심스럽다. 남들 눈길도 그렇고(둘의 나이는 서른 살 넘게 차이가 난다). 각자 넘어야 할 벽도 있다. 젊은 사람들처럼 불타오르는 사랑도 아니고, 같은 또래의 남녀처럼 옥신각신, 수다스러움도 없다.

 

선생님의 가방
선생님의 가방


둘은 조금씩 다가가지만, 언제나 쓸쓸함과 허전함을 안고 있다. 어렵게 고백을 하고 또 어렵게 연애를 시작한다. 둘은 시장에도 가고, 꽃놀이도 가고, 섬에도 간다. 하지만 선생님은 여전히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 그것이 독자를 쓸쓸하고 아쉽게 만든다.

소란스럽지 않고, 거창하지 않은 연애, 그 연애는 쓸쓸함을 안고 가지만, 그 안에 고목나무에 물이 오르듯 아주 잔잔한 연애를 들여다볼 수 있다. 다니구치 지로는 [우연한 산보]에서 주변의 풍경 묘사로, [고독한 미식가]에서는 풍부한 요리 그림으로 독자에게 감성을 전달했다. 이 작품에서는 정적인 풍경과 짧은 싯구, 일상의 단면으로 작은 연애 감정을 전하고 있다.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서 인물의 표정, 대사 하나 하나에도 신경을 쓴 것이 엿보인다.

이야기가 여기서 끝나면 쓸쓸하기만 할 텐데, 저자는 스키코의 (상상이 담긴) 어린 시절 에피소드를 곁들였다. 책 뒤에 실린 원작자와 만화가의 대담 또한 만화의 끝을 너무 쓸쓸하지 않게 만들어준다. 책을 덮고 나서도 여운이 남는다.

 

선생님의 가방
선생님의 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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