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코는 어릴 적부터 타인의 안정을 깨뜨리는 아이였을 것이다. - 스트레인지 데이스 ]
1분도 되지 않아 조수는 잠시 실례한다고 하고는 화장실로 가고, 카메라맨은 줄담배를 피워대고, 디렉터는 준코 쪽을 똑바로 보지도 못했고, 가리타라는 남자는 초조해하면서 무슨 말이든 해보려고 열심히 말을 찾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준코씨는, 하고 일단 말을 걸었다가 금방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리고, 황망하게 다른 화제를 찾았지만 실패한 듯 어색하게 휴대폰을 꺼내서 버튼을 누르더니 아무래도 좋을 쓸데없는 말을 주절대기 시작했다. 소리마치에게는 그들과 나란히 앉은 준코가 평소 때와 다른 느낌을 주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일정 기가 동안 자주 만나다 보니 준코에 대한 내성이 생긴 것 같았다. 처음에는 준코를 보는 순간 가슴이 부서지지는 않을까 싶을 정도로 긴장했다.
준코는 늘 연기를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아마도 어릴 적부터 타인의 안정을 깨뜨리는 아이였을 것이다. 확실히 예쁘장한 얼굴과 몸매를 하고 있지만, 준코 이상으로 잘 다듬어진 얼굴을 가진 여자나, 보다 스타일이 좋은 여자, 관능적이고 눈에 잘 띄는 여자도 많다. 준코는 사람을 매료시켜 꼼짝을 못하게 하는 타입도 아니다. 타인의 불안을 늘 읽어내고 그것을 스스로의 표정이나 동작에 반영시킬 뿐이다. 불안은 감정이 안정되지 못하고 상상력을 컨트롤하지 못할 때 일어난다.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뭔가에 집중하는 방법밖에 없다. 텔레비전이나 만화나 마작에 빠져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타인을 관찰하고 스스로 그 사람을 체현하는 타입의 인간도 있다. 준코는 아마도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친구가 하나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그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를 전혀 몰랐음에 틀림없다. 타인의 표정이나 동작을 관찰하고 체현할 때만 그녀는 집중과 평안을 얻을 수 있다. 바로 그 때문에 준코는 자신의 몸 안에 사는 벌레를 설정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 241p.
스트레인지 데이스 / 무라카미 류 / 양억관 / 태동출판사
Strange days / Ryu Murak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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