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인간일수록 타인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법이에요 - 스트레인지 데이스 ]
처음 만났을 때 어떻게 그런 연기가 가능한지를 소리마치가 물었을 때, 단지 열심히 관찰하고 상상하는 것밖에 없다고 준코는 대답했다. 그렇잖아요, 달리 무슨 방법이 있겠어요. 설령 내가 초능력자라고 해도 다른 방법은 없다고 생각해요. 촌충의 존재를 느끼고부터 난 줄곧 그렇게 해온 것 같아요. 즉 타인을 열심히 관찰하고 그 다음에 상상해보는 것뿐이에요. 불안정한 인간일수록 타인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법이에요. 다른 사람은 어떨까, 다른 사람도 역시 자기와 똑같이 이상한 생각을 하는 걸까, 아니면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까, 하고 늘 바보 같은 생각만 하게 되지요. 그것이 타인에 대한 흥미로 변하게 되는데, 실제로 다른 사람을 관찰하는 것만큼 재미있는 것은 없어요. 잘 살펴보면 정말 모두들 이상하기 짝이 없어요. 대체로 그 사람 나름의 버릇 같은 것이 있는데, 그 버릇이 형성되려면 역사가 필요하고, 그 역사에 따라 버릇이 나타나는 방식이 달라요. 어쨌든 대부분 사람은 자신의 버릇을 자각하지 못하고, 자각하더라도 숨기려 하니까요.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준코가 하는 말의 의미를 알 수 없었다. 지금은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왜 지금은 그것을 알 수 있을까? 그것은 단순히 준코와 몇 달 동안 만나고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은 아닌 것 같았다. CD-ROM 일을 정식으로 거절하고 난 후에 호텔에 방을 잡고 롤플레이를 하는 창녀를 방으로 불러들인 그즈음부터, 그때까지 모호하기만 했던 것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처음에 그것은 강렬한 자기혐오의 형태로 나타났다. 강렬하게, 가장 감추고 싶고 싫은 부분을 핀포인트로 자극하는 것 같은, 감상이 전혀 끼어들지 않은 순수한 자기혐오였다. 인간은 그런 것을 견뎌내지 못한다. 절대로 견뎌낼 수 없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그런 자기혐오에 대항할 무엇인가를 찾게 된다. - 321p.
스트레인지 데이스 / 무라카미 류 / 양억관 / 태동출판사
Strange days / Ryu Murak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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