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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엘리트 여사원, 밤에는 창녀, 분별없는 매스컴의 먹이 - 그로테스크

by oridosa 2023. 5. 7.

[낮에는 엘리트 여사원, 밤에는 창녀, 분별없는 매스컴의 먹이 - 그로테스크 ]

 

솔직히 말하면 네가 소속되어 있던 교단의 범죄 행위가 드러난 이후로 나는 마음이 편치 않은 나날을 보냈단다. 그리고 재작년과 작년에 일어난 비극이 한층 더 나를 견딜 수 없게 만들었어. 너도 알다시피, 히라타 유리코와 사토 가즈에가 살해된 사건 말이다. 동일범이라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나에게는 세간이 떠들어대는 소문보다는 두 사람이 무참하게 죽임을 당하고 버려졌다는 사실이 가혹해서 견딜 수가 없구나. 나는 지금도 두 사람을 기억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특히 사토 가즈에의 경우는 ‘낮에는 엘리트 여사원, 밤에는 창녀’라는 식의 흥미 중심으로 대서특필되었단다. 그렇게 착실한 노력가였던 학생의 최후가 분별없는 매스컴의 먹이라니! 가족들의 억울함을 생각하면 나는 그 댁에 찾아가서 엎드려 빌고 싶을 정도란다. 선생님이 왜 그래야 하느냐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내 아들을 포함해서 나는 아버지로서도, 교육자로서도 잘못된 길을 걸어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구나.

 

원래 Q여고는 여성의 자립과 높은 자존심을 교육이념으로 내걸어 왔단다. 그러나 Q여고 출신자의 이혼, 미혼, 자살률이 타교보다 높다는 통계가 있어. 혜택받은 환경에서 긍지를 갖고 면학에 힘써온 우수한 여학생들이 어째서 타교생보다 더 불행지질 수밖에 없었을까? 그건 실제 사회가 냉엄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우리가 학교를 지나치게 고립된 유토피아로 만들었기 때문인지도 몰라. 아니면 학교와는 많은 차이가 있는 실제 사회에서 몸을 지키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아서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구나. 아니, 그것은 우리 교사들도 마찬가지야. 우리도 오만했고, 세상에 대해 너무나 무지몽매했다고 반성한다.

 

나는 교육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그걸 간신히 깨달은 나는 이미 나이를 먹었고 현역 교육자도 아니지. 그뿐만 아니라 아들의 불상사 때문에 교사직을 그만둔 실격교사고, 그 회한과 미쓰루가 자행한 일, 그리고 히라타와 사토에게 일어난 참혹한 사건이 만년의 나를 괴롭히는구나. 그렇다고 해서 네가 한 일을 책망하고 있는 것은 아니야. 그것은 네가 앞으로 남은 일생 동안 보상하고 생각해 나갈 일일 테니까. - 508p.

 

그로테스크 / 기리노 나쓰오 / 윤성원 / 문학사상

Grotesque / Natsuo Kirino

 

그로테스크 / 기리노 나쓰오
그로테스크 / 기리노 나쓰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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