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아파트 – 당신의 휴대폰번호를 알려주면 내가 전화할게요. ]
"좋은 소식이 있으면 나에게도 알려줘요."
"알려주고 싶어도 방법이 없잖아요? 당신은 휴대폰도 없고, 이메일도 없는 사람인데 무슨 수로 알려주죠?"
가스파르는 지난 수 세기 동안 인류는 휴대폰 없이도 잘들 소식을 전해왔다고 이야기하려다가 그만두었다.
"당신의 휴대폰번호를 알려주면 내가 전화할게요."
매들린의 표정으로 보아 휴대폰번호를 알려주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 가르파스가 마치 열네 살 사춘기 소년처럼 붕대 감은 손을 내밀자 그녀는 그 위에 휴대폰번호를 적었다.
매들린은 금속 탐지기를 통과하고 나서 마지막으로 손을 흔들어 작별인사를 한 다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렸다. 가스파르는 그녀가 눈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자리에 한참 동안 서 있었다. 그녀를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자 왠지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 겨우 이틀이라는 시간을 함께 했을 뿐인데 막상 헤어지자니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처럼 아쉬움이 컸다. 그는 매들린의 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까지 넋 나간 사람처럼 그 자리에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가스파르는 공항청사를 나와 택시를 기다리는 대열에 합류했다. 택시에 오른 그는 기사에게 말했다.
"저를 파리 6구에 있는 휴대폰 대리점 앞에 내려주시겠습니까?"
- 194p.
파리의 아파트 / 기욤 뮈소 / 양영란 / 밝은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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