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겠습니다] ‘회사 사회’에서 ‘인간 사회’로
[퇴사하겠습니다 / 이나가키 에미코 / 김미형 / 엘리]
SBS 스페셜 [퇴사하겠습니다]가 방송되고 많은 사람들이 회사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퇴사를 결심한 직장인도 많다. 그렇다고 이 다큐가 퇴사를 종용하는 것은 아니다. 함부로 퇴사를 해서도 안된다. 당장 수입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다큐의 주인공인 이나가키 에미코가 회사에 얽매여 자신을 잃고 사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말이다. 이 사회에서 '회사'와 '돈'과 '일'의 의미에 대해서 차근차근 생각해보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저자는 탄탄한 직장에서 월급 잘 받고 일하는 직장인(신문기자)이었다. 어느 순간 회사를 그만두었는데, 이때부터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한다. 우선 회사의 배경이 없으니 부동산 보증인, 카드 발급, 건강보험료 등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생각한다. 이 사회가 '회사 위주로 돌아가는 구조'여서, 회사를 나오면(직장이 없으면) 사회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못하는 것으로 간주된다고.
“회사를 그만두는 인간에게 주어진 시련은 놀라우리만치 곳곳에 포진해 있었습니다. 그것은 국가에 의한 징벌이라고 밖에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130p.
“전 퇴직금에 세금이 붙으리라곤 상상조차 못했습니다!!”- 135p.
“실업보험은 다른 회사에 취직하려는 사람만 받을 수 있고, 개인으로 독립하여 생계를 꾸리려는 사람은 받을 자격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실업보험이란 우리나라 성인들을 ‘회사’라는 시스템에 끼워 맞추기 위한 제도였던 것입니다!!”- 138p.
저자는 묻는다. ‘회사에서 일하는 것만이 성실한 인생일까?(16p.)’ 회사에 소속되어야만 사회의 구성원이 되는 것인가?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야 살 수 있는가? 저자는 직장인이 아니어도 사회를 지탱하는 구성원이 될 수 있다고, 많이 벌지 않아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을 몸소 실천하며 보여준다.
회사원도 사회의 구성원 중 하나일 뿐인데, 회사에 들어가면 ‘회사원’으로 변신하여 회사의 이익만을 위해 일하고 나중에 쓸모가 없어지면 버려진다. 회사 의존도가 높을수록, 회사의 틀 안에 갇혀 있을수록 개인은 사라지고 회사만 남는다. 그리고 회사가 사회 정의에 어긋나는 일을 해도 거기에 반기를 들지 못한다. 기업의 악덕행위를 위해 일하는 것이다.
경제성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 그것이 출구다. 누군가는 그렇게 말하며 애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도저히 그곳에서 희망을 발견하지 못하겠습니다. 우리가 악덕의 길에 빠지게 된 것은 물건이 팔리지 않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회사가 성장하려고 분발하기 때문에 악덕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뭔가 얽히고설킨 느낌입니다. 출구는 여전히 보이지 않습니다. - 171p.
퇴사한다는 것은 회사구성원에서 자유인으로, ‘회사 사회’에서 ‘인간 사회’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일의 의미, 돈의 의미, 사회 구성원의 의미에 대해서 재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회사 생활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회사 속에 있으면서도 독립된 개인으로 우뚝 설 수 있는가를 생각하라는 것이다. 회사와 돈의 연결이 아닌, 인간과 인간의 연결이 주된 것이다.
한 인간으로서 연결된다는 것. 사람들을 돕고, 도움을 받는다는 것. 그런 관계를 쌓아가다보면 무직이라도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 202p.
이 책은 회사에 얽매여 자신을 잃는 것에서 자유를 얻고 자신을 찾는 것으로, 돈이 없어도 행복한 라이프스타일을 확립(41p)하는 것으로, 그래서 더 행복해지자는 바람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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