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납치 후 몸값을 크라우드펀딩으로 받는 전대미문의 범죄. 납치를 공개하고 몸값도 공개적으로 받는다. 납치범의 숨은 목적은?
[오전 0시의 몸값 ] 납치 후 몸값을 크라우드펀딩으로 받는다.
오전 0시의 몸값 / 교바시 시오리, Shiori Kyobashiy / 문승준 / 내 친구의 서재
1.
보이스피싱에 가담한 여대생(나코)이 법률회사의 자문을 받으러 왔다. 신임 변호사(고야나기)가 담당을 하면서 구체적인 진행을 앞두고 있었는데 의뢰인이 저녁 식사 후 사라졌다. 어떤 사정이 있는지, 심적 부담이 생겨서 잠시 시간이 필요한 건지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일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전개된다.
나는 보스의 말처럼 나코가 어떤 사정으로 떠났지만 내일 각오를 다지고 돌아올 것이라고 믿기 시작했다. 그래, 믿고 싶었다. 하지만 그 희망적 관측은 허무하게도 무너졌다. 집에 돌아와 숙면을 취하지 못한 채 아침에 텔레비전을 켠 내 눈에 뉴스 속보가 날아들었다.
대학생 납치. 몸값 10억 엔 모금 요구
혼조 나코를 납치한 범인이 크라우드펀딩으로 몸값 10억 엔을 모금하도록 요구했다는 황당한 사건을 알리는 뉴스였다. - 65p. ~ 66p.
범인은 크라우드펀딩 회사를 지정하고, 모금방식도 제한했다. 범인은 1인당 펀딩 상한액과 펀딩 횟수까지 정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그 제안에 경찰은 물론 법률회사와 펀딩회사 모두 당황했다. 도무지 범인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2.
펀딩회사 사이버앤드인피니티 사로 범인의 두 번째 편지가 도착했고, 언론사가 이를 공개했다. 편지엔 납치된 나코의 사진이 있었다. 손발이 묶여있고 밧줄 아래 피부는 멍이 들어있었다. 다음 날, 사이버앤드인피니티 사는 몸값 모금 준비에 착수한다. 오늘 밤 날짜가 바뀌는 0시부터 펀딩 전용사이트에서 몸값 모금이 시작되어, 다음날 오전 0시까지 24시간뿐이다.
이 몸값 모금은 얼마나 협력자를 많이 모을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고액을 모두 채운다 해도 5천 엔 모금이 최소 16만 건 이상 모이지 않으면 나코의 목숨은 없다. 무관심은 나코를 죽이게 된다. - 167p.
변호사 고야나기는 신문기자 고다를 만난다. 고다는 한 가지 의혹을 제기한다. 여대생 납치사건은 위장일 뿐 본 목표는 다른 것 같다고. 사이버앤드인피니티 사가 목표인 것 같다고.
“몸값을 모금한다는 건 일반적이지 않잖아요. 그러니까 범인은 회사의 업무를 방해하고 싶다는 이야기예요. 사이버앤드인피니티 사에는 사실 다른 협박 메일이 왔을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쪽이 진짜 요구라고.” - 144p.
고다가 제기하는 더 큰 의혹은 사이버앤드인피니티 사와 법률회사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법률회사의 보스(미사토)가 직접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고야나기는 보스와 고다 중 누구를 믿어야 할지 갈등한다.
3.
모금이 시작되었다. 방송사는 크라우드펀딩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모금 방법을 설명한다. 실제 모금 화면과 동일하게 구성한 화면으로 신청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인터넷에도 신청 방법을 설명하는 동영상이 올라와 있다. 드디어 시곗바늘이 0시를 가리켰고, 대학생 납치사건의 몸값 모금이 시작되었다.
모금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이대로 가면 모금액을 맞출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모금 막바지에 이르러 모금 취소액이 생기기 시작했다. 가짜뉴스가 떠돌면서 여대생 집안을 공격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모금액은 정체되었다.
납치 피해자 혼조 나코의 아버지는 방송국 메인 앵커 혼조 겐고이고 어머니 또한 방송인이다. 방송국에서는 혼조 겐고를 등장시켜 분위기를 바꾸려 한다.
“여러분, 상상해보십시오. 자기 딸이, 자기 가족이 갑자기 실종된 날을. 갑자기 범인에게서 묶여있는 소중한 가족의 사진이 도착한 기분을. 저라면 견딜 수 없습니다. 제정신을 유지할 자신이 없어요. 만약 자신이 혼조 씨 입장이라면 어떻게든 가족을 돕고 싶다, 무사히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갈망할 것입니다. 여러분 좀 더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주위 분들과 손을 맞잡아주셨으면 합니다.” - 204p.
결국 모금액과 취소액이 경쟁을 하더니 10억 엔에 이르지 못하고 끝난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범인은 차량 폭발 사고로 죽고 나코는 극적으로 탈출한다. 이렇게 납치사건과 몸값 모금은 끝난다. 범인의 행방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고야나기는 보스의 행동과 말에 의심을 갖는다. 뭔가 눈에 거슬리는 정황들이 보였다.
문득 고다의 이야기가 머리를 스쳤다. 범인의 진짜 타깃은 사이버앤드인피니티 사로, 혼조 나코는 말려들었을 뿐. 사이버앤드인피니티 사는 범인의 진정한 협박을 숨기고 있다. - 179p.
결국 진범과 사건의 내막이 밝혀진다. 마지막 부분은 기자 고다의 특별기고문 형태로 사건의 전모를 설명한다. 하나의 사건을 덮기 위해서 다른 사건을 만든다. 다른 큰 사건에 매몰되면 처음 사건의 본 모습을 알아차릴 수 없다.
4.
2021년, 작가는 첫 소설 [오전 0시의 몸값]으로 제8회 신초미스터리대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 데뷔한다. 데뷔 전, 작가는 일반기업에 근무하면서 라디오 드라마나 무대 대본 등의 각본 작업에도 참여했고, 두 차례 입상한다. 스위스에서 장기 체류할 당시, 이 소설을 구상하고 집필한다.
저자 교바시 시오리는 스위스에 체류하던 중 유럽 곳곳에서 이슬람 과격파에 의한 납치나 테러가 발발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같은 사건이라도 국가에 따라 언론의 태도와 여론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본 저자는 만일 몸값을 국민에게서 모금하라고 요구하는 납치사건이 발생하고, 이에 여론이 반응하는 양상을 그리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국민 누구나 몸값 모금에 참여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고 궁리하던 중 ‘크라우드펀딩’을 떠올렸고, 아이디어가 꼬리에 꼬리를 물며 비공개수사가 원칙인 납치 범죄의 룰 자체를 바꾸게 되었다. - 출판사 제공
평론가들은 이 소설이 납치 미스터리물의 신경지를 구축했다고 평했다. 이 소설은 기존의 납치물과 차별화된 전개를 따른다. 다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크라우드펀딩을 이용한 몸값 모금
납치사건의 ‘공개성’
몸값을 받는 방법의 특이성
납치사건은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수사 또한 비밀리에 진행된다. 몸값을 요구하고 받는 과정이 모두 비공개여야 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3가지를 모두 바꿨다. 독자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돈을 받는다고? 이게 가능해? 하면서.
* 신초미스터리대상 : ‘신초사’가 ‘도에이 영화사’와 손잡고 출판, 영상 등 다양한 분야로 전개할 수 있는 지적재산권을 발굴하기 위해 2014년에 창설한 문학상. 신초사는 미야베 미유키, 이사카 고타로, 미치오 슈스케 등 일본을 대표하는 미스터리 작가를 발굴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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