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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번지는 곳 뉴욕 - 당신 마음에 가 닿는 내 다리도 그렇다.

by oridosa 2023. 6. 18.

[이야기가 번지는 곳 뉴욕 - 당신 마음에 가 닿는 내 다리도 그렇다. ]


1.
눈을 뜬다.

덜컹거리는 지하철 안. 잔뜩 낡아 여기저기 녹이 슨 객차 안에 드문드문 사람들이 앉아 있다. 킨들을 들여다보고 있는 백인 남자, 'Trader Joe's'라는 글씨가 선명한 쇼핑백을 내려놓고 있는 흑인 여자, 알록달록한 뉴욕 지도를 펴고 목에는 카메라를 건 채 뭔가를 의논하고 있는 일본인 부부. 멀끔한 슈트를 차려입은 사내 옆에는 문신이 선명한 운동복 차림의 여자가 있다. 피곤한 얼굴의 중년 여인 옆에서 십대들이 시끄럽게 떠든다. 한쪽 끝에선 트럼펫 소리가 들려오고, 연주가 끝나자 누군가 박수를 친다. 구석의 노약자석에 앉은 홈리스에게선 역한 냄새가 난다.

그때 어두운 차창 밖으로 어수룩한 동양 남자의 얼굴이 비친다. 그제야 나는 다시금 깨닫는다.

아, 뉴욕이구나.

 

이야기가 번지는 곳 뉴욕 / 문지혁 / 쉼
이야기가 번지는 곳 뉴욕 / 문지혁 / 쉼



2.
14번가의 중심 유니언 스퀘어.
타임스스퀘어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나름의 정취가 있는 곳이다.

지하철을 내리면 광장 남쪽으로 '그린마켓(greenmarket)'이라 불리는 상설 노천시장이 열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뉴욕 인근에서 농부들이 직접 자신들이 키운 각종 농작물을 가지고 와서 판매하는 일종의 파머스 마켓이다. 생선, 육류, 과일, 야채, 잼, 유제품, 빵, 와인에 이르기까지 종류 역시 다양하다. 추수감사절부터 크리스마스까지는 선물용품 시장이 열리기도 한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이곳 유니언 스퀘어는 마약 거래가 주로 이뤄지던 장소였지만, 1976년 일곱 명의 지역 농부들로 시작한 이 그린마켓으로 인해 지금의 유니언 스퀘어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공간을 바꾸는 힘은 사람에게 있다.

 
3.
오가는 사람들의 수를 생각하면 열 개쯤 지어도 모자랄 법 하지만
뉴저지와 맨해튼을 잇는 다리는 오직 하나뿐이다.
조지 워싱턴 브리지 George Washington Bridge.
늦봄이 한창이던 5월, 이 다리를 걸어서 건넌 적이 있다.
새롭게 깨달은 사실은, 저렇게 튼튼해 보이는 철제 다리도
커다란 트레일러가 지나갈 때마다 위아래로 휘청거린다는 것.
바람이 불 때마다 가늘게, 그러나 분명히 요동친다는 것.

어찌 저 다리만 그럴까. 당신 마음에 가 닿는 내 다리도 그렇다.

 

- 본문 일부

 
이야기가 번지는 곳 뉴욕 / 문지혁 / 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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