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이 쓰러지는 이유는 고독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 군산 ]
집의 뼈대는 식구들이 둘러앉아 밥 먹는 소리를 들어야 흔들리지 않는다. 식구들이 벽에 기대거나 방바닥을 뒹굴며 스킨십을 해줘야 집안에는 윤기가 돈다. 활력을 얻은 집은 고단하고 지친 사람을 따뜻하게 품는다. 돌아오자마자 아무렇게나 옷을 벗어 던지고 고꾸라져도 눈치 주지 않는다.
그러나 집은 외로움에 약하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뚝 끊어지면 뭐라도 끌어안고 싶어 한다. 먼지나 습기를 빨아들이고, 날아다니는 풀씨에 안방까지 내줘버린다. 서까래는 힘을 잃고, 구들을 뚫고 올라온 싹은 순식간에 자란다. 끄떡없을 것 같았던 지붕도 슬그머니 내려앉는다. 빈집이 쓰러지는 이유는 고독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 94p.
군산 / 배지영 / 21세기북스
대한민국 도슨트. 한국의 땅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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