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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정해놓은 시점에서 나이를 거꾸로 계산 - 만년양식집

by oridosa 2024. 3. 8.

[자신이 정해놓은 시점에서 나이를 거꾸로 계산 - 만년양식집 ]


“나 혼자 장수해서 곧 여든 살이 된다는 사실을 그리 인식하지도 않았어. 그러나 여기서 다시 아카리와 살기 시작하면서 나는 어떤 발견을 했네. 이제 와서 보면 우스운 이야기지만, 나는 이제까지 내가 해마다 한 살씩 나이를 먹는다고만 생각했네. 그랬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지. 그리고 나는 그렇지 않은 방식으로 나이를 세게 되었네. 너무나 늦긴 했지만. 

나의 연령 인식의 변화는 이런 거네. 나는 눈앞에 닥쳐오는 여든이라는 나이를 기준으로 하고 있네. 그걸 정점(定點)으로 삼는 거지. 이렇게 말하다보니 하나와 고로가 자기 인생의 노년의 시작을 예순 살로 정했던 일이 생각나는데. 아무튼 자신이 정해놓은 시점에서 거꾸로 계산해서 앞으로 삼 년, 이 년, 이라는 식으로 살면서 현재를 파악한다는 이야기라네. 아사는 태연하게 받아들였지. 오빠는 일흔여덟 살이잖아요? 정확히는 앞으로 이 년, 치카시 언니는 앞으로 삼 년, 내가 앞으로 사 년. 이렇게 정리해보면, 여든까지 몇 년 안 남았고 그것도 거의 막바지죠. 아카리에게 남은 앞으로의 삼십 년이 큰 숫자이고 그리고 릿짱, 시마우라 씨, 마키 순서이니 이 사람들이 의지할 대상이죠.”

“자네는 앞으로 사십육 년이 남았으니까. 아카리한테는 의지할 사람이지. 자네들이 이제 서로를 신뢰하는 것 같아 고맙게 생각하네.”

- 314p.

만년양식집 / 오에 겐자부로 / 박유하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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