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Everybody wants him dead’ ] 강자와 약자, 선인과 악인. 기준은 무엇이고, 그들이 말하는 정의는 무엇인가?
[공연 ‘ Everybody wants him dead ’ ]
공연 : Everybody wants him dead
관람 일시 : 2019년 9월 21일
오늘의 배우 : 장지후(프로듀서), 백형훈(싱페이), 조원석(검사), 조찬희(교도소장)
매우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 몰입도 최고인 연극이다. 표면적인 이야기와 숨겨진 이야기가 잘 균형을 이루며 이어지고 있다. 무대 장치도 신선하다. 무대의 장면이 라이브로 무대에 설치된 모니터에서 재생된다. 영상이 연극에서 부분적으로 사용된 것은 몇 번 봤지만, 라이브 영상이 연극의 핵심 소재가 된 것을, 나는 처음 접해본다. 무대 세팅과 이야기 전개,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적절한 사회 문제성(연쇄 살인범)과 요즘 이슈가 되는 검찰과 언론의 이미지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PD : 검사님 때문에 억울한 사람 많습니다.
PD : 이 프로그램으로 너를 무죄로 만들 수 있어.
PD : 오직 여러분이 보고 싶어하고, 듣고 싶어하는 것을 보여주는 방송을 하겠다.
표면적인 사건 : 전대미문의 연쇄 살인마(납치, 살해, 장기 매매)가 잡히고, PD는 살인마를 취조하는 리얼리티 생방송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한다. 교도소장과 거래를 통해 살인범이 범행을 저질렀던 공간으로 살인범을 데려오고, 마약 때문에 파면당한 검사를 취조하는 역으로 불러온다. 검사는 이 프로그램으로 재기하려는 생각을 품는다.
숨겨진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면 저마다의 목적이 따로 있음을 알게 된다. 연극이 진행되면서 교도소장은 살인범에게 종속되고, 검사는 살인범과 타협하여 자신의 또다른 목적을 이루려 한다. 그리고 PD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보다 개인적인 목적을 이루려 한다. 나중에 밝혀진 네 명의 인물 간의 관계가 충격이면서 극을 더 치밀하게 한다.
배우가 등장할 때마다 그가 맡은 배역이 최고의 악인처럼 보인다. 하지만 다음 배우가 등장하면 또 그 역할이 더 악독해 보인다. 4명의 인물은 각자의 입장에서 최고의 악인이 되지만 관객은 그 이면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악인과 선인, 강자와 약자에 대해서 누가 더 악인이고, 선과 악의 기준은 무엇이며, 그들이 말하는 정의는 무엇인가, 에 대해서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프로듀서가 제일 나쁜 놈이지만, 그에게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으니 누가 프로듀서에게 돌을 던질 것인가. 아무도 없다. 사람은 누구나 어떤 계기로 악인이 될 수밖에 없다. 선과 악은 공존하며, 동전의 양면 같은 것.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선과 악의 판정이 바뀔 수 있다. 우리는 그것을 ‘그들만의 정의’라고 한다. 관객은 다시 묻는다. 그대가 생각하는 정의는 무엇인가. 최악의 악인은 끝까지 나쁜 짓을 하는 놈이다. 그리고 악인은 모두 미쳤다. 광기에 이성을 잃으면 모두 악인이 된다.
시놉 : 연극은 현 사회에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비인간적인 강력범죄를 소재로 한다. 겉으로는 정의를 구현하고자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엔 보이지 않는 손으로 서로의 뒤에서 서로를 조종하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로 강자와 약자, 선과 악의 혼돈의 정의를 말하고 있다.
이 연극은 2016년에 ‘Q’라는 제목으로 초연되었던 작품이다. 지금의 제목 ‘Everybody wants him dead’ 가 내용과 잘 맞는 것 같지만, 방송에서 시작을 알리는 ‘큐!’ 사인을 생각해보면 3년 전 제목 ‘Q’도 잘 어울린다. 오래 공연을 했으면 좋겠다.
* 고등학생 이상 관람가. 폭력적인 장면과 욕설이 난무. 몰입도는 최고. 꼭 보시라. 이런이런 기간이 얼마 안 남았네. 허리업 허리업!
* 공연장인 드림센터 1관의 2층은 조금 위험해 보인다. 고소공포증이 심한 사람은 2층, 특히 2층의 앞줄은 피할 것. 안전장치로 난간이 있지만, 공연이 시작되면 난간이 아래도 내려가고 가는 쇠줄만 걸쳐있다. 공연장 측은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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