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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뭔가를 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어머니는 기쁘다. - 녹나무의 파수꾼

by oridosa 2024. 9. 3.

[아들이 뭔가를 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어머니는 기쁘다. - 녹나무의 파수꾼 ]

  
다카코(엄마)가 발을 멈춘 곳은 중앙 광장의 한 귀퉁이였다. 사람들이 둘러설 정도는 아니지만 거기쯤에서 사람들의 걸음이 조금 느려지는 것 같았다. 뭔가 하는 모양이다. 도시아키(차남)는 천천히 다가갔다. 이윽고 사람들이 무엇을 쳐다보는지 알 수 있었다.

사각 받침대가 바닥에 놓였고 그 위에 조각상 하나가 서 있었다. 실크해트를 쓰고 손에는 지팡이를 들었다. 옷이며 안경, 피부, 모발 등 온몸이 검은 금속 재질이고 게다가 꼼짝도 하지 않고 있어서 영락없이 진짜 동상처럼 보였다. 

하지만 물론 진짜가 아니었다. 살아 있는 인간이 그런 척하고 있는 것이다. 길거리 공연의 일종이다. 다카코가 빤히 응시하는 것을 지켜보던 도시아키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조각상의 정체는 기쿠오(장남)라고 확신했다.

이윽고 다카코가 천천히 조각상에 다가갔다. 앞에 놓인 상자에 꼭꼭 접은 지폐를 넣고 있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그것을 알아봤는지 잠시 발을 멈췄다. 

갑작스럽게 조각상이 움직였다. 실크해트를 한 손으로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지팡이를 돌리면서 두 발로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은 그야말로 기계장치 인형 그 자체여서 인간다움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멋진 동작이었다. 나름대로 연륜이 담긴 것이리라. 대단하다고 도시아키는 소박하게 감탄했다.

다카코가 오른손을 내밀자 조각상은 그녀와 악수를 했다. 그러고는 태엽이 끊긴 것처럼 다시 움직임을 멈췄다. 조금 전과는 약간 포즈가 달려져 있었다. 걸음을 멈추고 바라보던 사람들이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들에 섞여 다카코도 기쿠오에게서 멀어져갔다. 도시아키가 와 있는 건 눈치채지 못한 기색이었다. 

놀라웠다. 기쿠오의 변해버린 모습에도 허를 찔렸지만, 그보다 다카코의 반응이 뜻밖이었다. 그녀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기쿠오가 음악으로 성공하는 것만이 어머니의 꿈일 거라고 도시아키는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던 것인가. 어떤 형태로든 아들이 뭔가를 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어머니로서의 기쁨에 젖을 수 있는 것인가. - 354p. 

녹나무의 파수꾼 / 히가시노 게이고 / 양윤옥 / 소미미디어
Keigo Higashino, 東野圭吾

녹나무의 파수꾼 / 히가시노 게이고 / 양윤옥 / 소미미디어
녹나무의 파수꾼 / 히가시노 게이고 / 양윤옥 / 소미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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