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생활방식과 수준에 걸맞은 자기만의 집을 선택 - Small House
나는 스물일곱 살에 ‘땅도 있고 집도 있는’ 사람이 되었다. 승자의 무리 중에서도 승자가 된 것이다. 내가 구입한 땅은 도심에서 오토바이로 반나절 정도 걸리는 잡목림 안에 있다. 10만 엔이 채 되지 않는 돈으로 세 평 정도의 오두막을 직접 짓고서 거리낌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집세나 대출이 없고, 고정자산세도 내지 않는다. 필요한 전력은 태양열 집열판이 반영구적으로 공급해준다. 음식물 쓰레기나 사용한 물은 텃밭으로 돌려보내면 되니 거창한 하수 시설도 필요 없다. 쓸 수 있는 전력이나 공간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쓸데없는 물건을 살 일도 많지 않다. 식비 등의 사소한 지출을 포함해 월 2만 엔만 있으면 넉넉하게 지낼 수 있다.
어쩌면 이러한 나의 생각이나 생활방식을 모범적이라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토록 작고 소박한 라이프스타일 일지라도 주체적으로 잘만 꾸려나간다면, 안정된 수입이 보장된 길을 억지로 기어가지 않고도 좀 더 여유롭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 나라, 이 사회에는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려 해도 꼭 거쳐야 할 최소한의 관문이 너무 많다. 보통 사람들처럼 생활하려고 들면 우선 바쁜 일상에 적합한 이동수단과 정보수집 도구를 확보해야 하고, 옷차림도 나름대로 갖춰야 하며, 계약이나 재산관리 같은 골치 아픈 문제와 팍팍한 사회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각종 인간관계까지 신경 써야 한다. 이렇게 살다 보면 마치 평생을 이런 식으로 보내야 할 것만 같은 불안감도 든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정점에 있는 것이 바로 ‘집’이다.
그러나 각자의 생활방식과 수준에 걸맞은 자기만의 집을 선택하고자 한다면, 어느새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된 ‘평균적인 집’에 대한 강박관념은 차츰 사라질 것이고, 그러다 보면 꼭 마당이 딸린 몇천만 엔짜리 단독주택을 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비싼 집을 갖기 위해 지금 당장은 고생하더라도 나중을 위해 고된 삶을 감수해야겠다는 사명감 같은 것도 비교적 누그러질 것이다. 결국 남들이 보기에 괜찮다고 생각할 만한 집을 구하기 위해 희생해온 그 수많은 노력과 에너지가 줄어들 것이고 지금껏 살아온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도 돌아볼 수 있을 테니, 이는 모두의 행복을 위해 결과적으로 옳은 생활방식이자 철학이 아닐까 싶다. - 8p. ~ 10p.
작은 집을 권하다 / 다카무라 토모야 / 오근영 / 책읽는수요일
スモ-ルハウス, Small House / Tomoya Takamura,たかむら ともや,高村 友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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