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색(黨色)에 따라 사람의 평가가 달라지는 병든 사회 ]
[택리지]의 저자였던 청담 이중환도 영조 때 목호룡 사건에 연루되었다가 겨우 살아났다. 목호룡은 노론에서 경종을 독살하려 했다고 고변해 이에 가담했던 노론 여러 인사가 사형을 당했다. 그러나 영조 즉위와 동시에 노론이 집권하면서 상황이 뒤바뀌어 목호룡과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인사들은 대부분 죽고 말았다. 겨우 목숨을 건진 이중환은 전국을 떠돌아다니면서 ‘살만한 곳(可居地)’을 찾아다닌 기록이 [택리지]다.
그의 결론은 사대부들은 극심한 당쟁에 휘말려 있기 때문에 “무릇 사대부가 살고 있는 곳치고 인심이 무너지고 상하지 않은 곳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중환은 “현명한 사람이냐 어리석은 사람이냐, 혹은 그 인품이 높으냐 아니냐는 평가도 오직 자기 당색(黨色) 기준으로만 내리기 때문에 다른 당파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면서 “하늘에 가득 찰만한 죄를 범한 자라도 다른 당파의 탄핵을 받으면 시비곡직(是非曲直)은 따질 것도 없이 떼거리로 일어나서 그 사람이 옳다고 변호”하지만 “비록 행실을 닦고 큰 덕을 쌓은 사람이라도 자기 당파가 아니면 그 사람에게 나쁜 점이 있는지를 살핀다”라고 비판했다.
성호 이익과 청담 이중환이라는 두 선비가 300여 년 전에 쓴 두 글이 마치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을 말하는 것처럼 생생하다. 지금 우리 사회 역시 이런 선비들의 눈으로 보면 크게 병들었다는 반증이다.
월간 에세이 2019년 10월호, 역사학자 이덕일의 글 [조선선비들의 편 가르기 개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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