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카드 게임 ] 카드로 연쇄 살인을 예고하다.
[살인 카드 게임(MURDER GAMES) / 제임스 패터슨 / 조은아 / 북플라자]
우연히 집어 든 책에서 기대보다 큰 만족을 얻었다. 마치 미국 범죄 드라마 한 편을 본 듯하다. 109개의 짧은(2~3장) 조각 109개로 이어졌는데, 읽는 속도감은 물론 가독성도 아주 좋다. 소설을 그대로 드라마로 옮겨도 될 정도로 장면 전환이 잘 되어있다. 구성이 탄탄하며 군더더기가 없어 집중하기 좋다. 다 읽고 나서 저자를 살펴보니 미국에서는 아주 유명한 작가다. 여러 편의 소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추리소설 상도 받았다. 영화로 제작된 작품도 있고, 누적 인세 수입도 대단하다. 그럼에도 나는 이 작가를 처음 접한다. 우연한 기회에 좋은 작가와 재미난 작품을 만났다.
주인공 딜런 라인하르트는 전직 CIA 요원이며 범죄 심리학 교수다. 그는 뉴욕 경찰 엘리자베스 니덤에게 살인사건을 의뢰받는다. 교수가 쓴 책이 신문 기자에게 배달되었고, 책에는 피 묻은 트럼프 클로버 킹 카드 한 장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카드의 의미를 담은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은 사건 현장에 또 다른 카드를 남겨둔다.
“범인이 다음 표적을 예고하고 있군요(69p).”
1차 피해자 주변에서 발견된 카드는 2차 사건을 예고하고, 2차 사건 현장에서는 또 다른 살인 예고 카드가 발견된다. 경찰은 이 범인을 '딜러'라고 부른다. 딜러의 다음 희생자는 누가 될 것인가? 교수와 형사는 추리와 수사를 하며 범인을 쫓는다. 사건이 진행될수록 피해자를 추정하는 것이 빨라진다. 두 사람은 곧 살인을 막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클로버 킹(1차 예고) > 하트 2 > 다이아몬드 9 > 스페이드 잭 > 조커 > 퀸 하트
세상에는 두 가지 유형의 연쇄살인마가 있어요. 잡히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은 자와, 정말 잡히기를 원하는 자. 표면상으로 범인은 그저 언론의 관심을 받고 유명해지려는 것처럼 보여요. 범인은 기자인 당신을 일부러 선택해서 지난번 그 소포를 보내온 거예요. 당신을 매개자로 선택한 거란 얘기죠. 하지만 범인이 정말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뭘까요? - 71p.
얼핏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 피해자들. 직업, 성별, 나이 모두 다르다. 두 사람은 피해자에게서 공통점을 찾는다. “피해자들 말이에요. 모두 나쁜 놈들이었어요(181p)”.
피해자들은 모두 법의 세부 조항과 허점을 악용하여 감옥행을 면할 수 있는 카드를 1회 이상 사용했다. 그리고 수년이 지난 지금, '딜러'는 그들에게 죗값을 묻고 있었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노인을 BMW로 치고 달아나 놓고서, 사고 전 차량 절도를 당했다는 거짓말을 한 장본인이 릭 토르센이었다는 사실도 '딜러'는 알고 있었을까? 증인으로 출석했던 신시아 채드가 그의 정부였다는 사실도?
고등학생이던 콜턴 랑게가 파티에서 한 소녀를 성폭행했지만, 판사는 피해 여성의 병원 진단서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담당자가 화장실에 가느라 증거물을 연구실 바깥에 방치한 바람에, 보관의 연속성을 입증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 248p.
소설은 부당한 법체계를 이용해서 범죄자가 풀려나는 현실, 그것을 알고서도 어쩔 수 없었던 법조계 인물의 후회를 보여준다. 간혹 법의 테두리를 넘어서는 응징을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 법이 너무 허술하다고, 피해갈 사람은 다 피해간다고 억울해 한다. 그리고 ‘딜러’는 같은 방식으로 그들을 단죄하려 한다.
“어떤 인간들이 변호사를 요청하는지 알아? 죄지은 사람들이야.”
“아니면 형사 재판 시스템과 작동원리를 이해하는 사람들이겠죠.” - 271p.
교수와 형사, 기자와 범인 외에도 더 큰 배후가 존재한다. 범죄 수사와 정치 이슈를 동시에 생각해볼 수 있다. 세상은 복잡하다. 그것을 핑계로 범죄자들은 법의 그물망을 빠져나갈 수 있다. 소설은 그런 부분을 경계하고, 더 이상의 범죄를 막으려 한다. 뒷부분 1/10 정도는 반전의 반전이 거듭된다. 함부로 범인을 예측하면 안 된다. 카드가 의미하는 다음 희생자를 예측하는 것이 이 소설의 묘미다.
모든 살인사건 수사의 기본은 살인 동기와 살인 수법을 알아내는 것이다. 살인 동기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알려줬으니, 이제 남은 것은 범인의 수법이었다. 어떻게 죽이려는 걸까? - 3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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