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머리 앤 - 무한 긍정 소녀, 주근깨 빼빼마른 빨강 머리 앤 ]
매슈가 자신에게 오고 있다는 확신이 들자마자, 여자아이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햇볕에 그을린 야윈 한 손으로 다 해진 구식 여행용 가방의 손잡이를 꽉 움켜잡았다. 그리고 나머지 한 손을 매슈에게 내밀며 말했다. 유난히 또랑또랑하고 싹싹한 목소리였다.
"초록 지붕 집의 매슈 커스버트 아저씨 맞으시죠? 만나 뵙게 되어 정말 기뻐요. 절 데리러 오시지 않을까봐 막 걱정이 되려고 해서, 아저씨가 못 오시는 온갖 이유를 상상하고 있었어요. 아저씨가 오늘밤까지 절 데리러 오시지 않으면 커다란 벚나무가 있는 모퉁이까지 기찻길을 따라 내려갈 생각이었어요. 그 나무에 올라가서 밤을 보내려고 마음먹었거든요. 전 하나도 무섭지 않아요. 하얀 벚꽃이 활짝 핀 나무 위에서 달빛을 받으며 잔다니, 굉장히 멋질 거 같지 않으세요? 대리석으로 된 넓은 방에 있다고 상상할 수도 있고요. 그리고 아저씨가 오늘 밤에 못 오셔도 내일 아침에는 꼭 오실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매슈는 앙상한 작은 손을 어색하게 맞잡았다. 그러면서 어떻게 할지 마음을 굳혔다.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이 아이에게 차마 착오가 있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 33p.
빨강 머리앤 / 루시 모드 몽고메리 / 박혜원 / 더모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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