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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는 팔리는 소설을 써야만 했다. - 무엇이 삶을 부유하게 만드는가

by oridosa 2025. 1. 20.

도스토옙스키는 팔리는 소설을 써야만 했다. - 무엇이 삶을 부유하게 만드는가


도스토옙스키의 경우 집필과 생계의 가장 적나라한 인과관계 때문에 반드시, 반드시 ‘팔리는’ 소설을 써야 했다. 잘 팔리면 그만큼 인세가 더 들어오고 원고료도 올라가는 만큼 소설의 판매는 집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되었다. 

그러면 팔리는 소설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세상을 읽고 당대 일반 대중의 마음을 읽고 취향을 읽어야 거기에 부합하는 작품이 생산될 수 있다. 가혹한 이야기이지만 작품은 상품이므로 상품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기호를 알아야 한다. 

도스토옙스키는 시장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살아야 했다. 그에게 소비자의 기호를 알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창구는 신문이었다. 텔레비전도 라디오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 신문은 세상과 소통하는 거의 유일한 매체였다. 그는 열심히 신문을 읽었다. 잘 알려진 바대로 그는 신문의 기사를 한 가지도 빼놓지 않고 게걸스럽게 읽었다. 그가 외국 체류 중에 러시아 신문을 읽지 못하면 얼마나 초조해했는가는 부인의 회고록이나 편지에 잘 나타나 있다. 그는 돈을 호소할 때와 똑같이 절실한 어조로 지인들에게 러시아 신문을 좀 보내달라고 읍소하곤 했다. 신문에 대한 갈증은 돈에 대한 갈증과 마찬가지로 생존 본능과 직결된 것이었다. 러시아 신문을 읽지 못하면 러시아 독자의 마음을 읽을 수 없다는 아주 간단한 공식이 그의 마음속에 일찍부터 뿌리박혀 있었다. 그래서 그는 아무리 사정이 어려울 때라도 신문만큼은 꼭 읽어야 했다. 신문에 대한 집착은 도박에 대한 집착처럼 어딘지 처절한 점이 있었다. 

그러니 그의 대작들이 대부분 신문 기사에 기초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죄와 벌], [백치], [악령], [미성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모두 신문에 났던 범죄 기사에서 소재와 아이디어를 얻은 것들이다. 그는 러시아 사회의 ‘지금 이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초점을 맞추어 글을 썼고, 그의 글과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같은 정도로 독자의 관심을 휘어잡을 수 있었다. 특히 범죄는 언제나 독자의 흥미를 자극한다. 그의 소설이 범죄소설의 요소를 특별히 많이 갖추고 있는 것은 이런 사정에 기인한다. - 241p. 

무엇이 삶을 부유하게 만드는가 / 석영중 / 위즈덤하우스

무엇이 삶을 부유하게 만드는가 / 석영중
무엇이 삶을 부유하게 만드는가 / 석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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