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유산의 의미, 앞으로 해야 할 일 – 고고학
현재 유네스코 등재 세계유산은 크게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그리고 둘이 합쳐진 복합유산 등으로 구분되며, 문화유산은 흔히 세계문화유산이라고 불린다. 세계유산제도는 2023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1,199개가 지정되어 명실상부한 유네스코의 대표적인 사업이 되었다.
본래 세계유산은 자기 나라의 유산을 경쟁하며 등재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유산을 국적을 불문하고 힘을 합쳐서 지키자는 뜻에서 시작되었다. 그 시작은 고대 문명의 발상지인 이집트의 나일강 유역이었다. 나일강은 이집트 고대 문명의 중심지인 동시에 현대 이집트인의 유일한 젖줄이다. 현대에도 이집트 전체 인구의 97퍼센트가 이 나일강 주변에 몰려 살고 있어서 고질적인 물 부족에 시달려왔다. 1950년대에 이집트 정부는 아스완댐의 건설 계획을 수립했고, 그에 따라 아부심벨 사원과 같은 세계적인 유적이 수몰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한국을 포함한 50여 개국이 국제적으로 모금을 하고 서방 각국에서 기술을 보조해서 아부심벨 사원을 이전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 사업의 성공 직후 세계 곳곳에서 개발로 소멸되어 가는 문화유산에 대한 국제적인 공동대처가 발의되었다. 이집트는 나폴레옹의 침략 이래 근대 서구 열강으로부터 문화재의 약탈과 파괴를 가장 심각하게 당한 곳이었다. 바로 그 이집트에서 세계 여러 나라가 힘을 모아서 문화재를 보호한 것은 역사적으로 큰 의의가 있었다. - 305p.
한국에서도 최근 몇 년간 세계유산을 둘러싼 경쟁은 치열하여, 각종 선거 때마다 빠지지 않는 공약으로 등장한다. 이렇게 세계유산의 선정을 기대하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관광에 대한 기대이다. 그런데 최근 단일 유적이 아니라 여러 유적을 함께 지정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어느덧 우리 주변에서 세계유산을 보는 것이 흔해지고 있다. 예컨대 백제유산지구의 경우 서울, 부여, 공주, 익산 등지가 함께 선정되었다. 가야나 한국의 서원도 마찬가지여서 넓은 지역에서 골고루 널리 퍼져 있다. 때로는 시가지 전체를 한번에 선정하기도 한다. 중국 베이징은 이미 일곱 개나 선정되었음에도 잠정 목록으로 베이징 구시가지를 내년에 등재하기 위하여 준비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관광자원으로 이용하기 위해 세계유산으로 선정되길 바라지만 주변에서 세계유산이 많아질수록 관광자원으로서의 희소성은 감소할 것이다. 이제 세계유산의 등재 자체에 목적을 두고 관심을 기울이기보다는 그것을 유지 관리할 비용과 효과를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 311p.
사라진 시간과 만나는 법 / 강인욱 /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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