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바닥 ] 은행의 비리를 파헤치다 죽은 은행원.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친구의 복수를 하다.

[끝없는 바닥 ] 은행의 비리를 파헤치다 죽은 은행원.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친구의 복수를 하다.

끝없는 바닥 / 이케이도 준 / 심정명 / 소미미디어
果つる底なき / Jun Ikeido, 池井戶 潤

끝없는 바닥 / 이케이도 준

이케이도 준의 소설 [끝없는 바닥(果つる底なき)]은 작가의 데뷔작으로, 제44회 에도가와란포상을 수상하였다(1998년). 심사위원은 ‘은행 미스터리의 탄생’이라며 칭찬을 했다. 작가는 데뷔 전 실제 은행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데, 당시 자신이 근무했던 은행에서 일어났던 기업 도산과 그와 관련된 여러 사건을 모티프로 이 작품을 썼다. 작가는 이 작품으로 주목을 받으며 데뷔하고, ‘금융 미스터리와 기업소설의 결합’이라는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었다. 

작품이 쓰인 시기는 일본 경제 버블 붕괴 이후의 혼란기였기 때문에 도산하는 기업이 많았고, 이와 관련하여 대형 은행에서 일어나는 금융 범죄도 많았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경제 위기일 때 금융 범죄가 늘어난다. 돈이 모이는 곳에 항상 인간의 탐욕이 범죄를 부른다. 

주인공 이기 하루카는 대형 은행에서 융자 담당으로 일하는 평범한 직원이다. 어느 날 외근 중 동료 사카모토와 만나는데, 사카모토는 “너, 나한테 빚진 거다?”라는 말을 남긴 뒤 몇 시간 후 사망한다. 경찰은 사망원인을 알레르기 쇼크로 발표한다. 은행은 사카모토가 고객의 돈을 횡령했다며, 사카모토와 입사 동기인 이기 하루카에게 사카모토의 업무를 인계받으라 명한다. 

끈질김, 정확하고 치밀한 사무 관리, 전문적인 법률 지식, 교섭 능력. 채권 회수는 일반적으로 은행원에게 필요한 모든 능력이 평균 이상으로 요구되는 가혹한 일이다. 그러면서도 평가를 받기는 어렵다. 그런 지저분한 일을 사카모토는 감정을 개입시키지 않고 그저 담담히 해냄으로써 스스로와 균형을 맞춰왔다. 거친 교섭이 이어지면 마지막 날 아침에 그랬던 것처럼 으레 말이 없어졌다. 쾌활한 사람이 조개처럼 입을 다물고, 온후하고 다정한 사람이 감정 없는 톱니바퀴로 변모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모순이 거기 있었기 때문이다. - 57p. 

이기는 사카모토의 자료를 정리하던 중 금융 비리 흔적을 발견하고, 누군가 사카모토를 죽였다고 생각한다. 이기는 사카모토가 남긴 자료를 중심으로 비리의 주체를 찾고, 범죄의 실체에 다가선다. 이 과정에서 이기는 은행 내부의 파벌 싸움, 기업과의 유착, 그리고 잔혹한 범죄자들과 맞서며 사건의 진실에 다가간다. 사건은 치밀하게 준비되었고, 상상 이상의 음모와 악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은행 업무를 중심으로 한 전문적인 금융 지식과 치밀한 플롯 전개가 돋보인다. 후반부에 작위적인 부분이 나오긴 하지만 첫 작품임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다. 이후 작품에서도 금융과 은행 시스템에 대한 지식을 잘 녹여내고 있다. 작가의 실제 은행 경험 덕분이리라. 사건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추리소설의 면모도 손색없다. 추격과 액션 장면도 긴장감을 높이는 데 일조한다. 

소설은 은행이라는 기업 안에서 출세와 성공에 대한 욕망이 인간성을 잃게 만들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정의를 추구하는 주인공의 고군분투는 일반 미스터리와는 다른 재미와 여운을 준다. 작가는 은행이라는 독특한 배경을 설정하고, 은행 내부의 대립 구도, 기업과 은행의 관계 등 새로운 장르를 시작했다. 금융 세계의 복잡성과 인간 욕망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은행은 매우 경직된 기업이며, 돈이 모이는 곳이다. 인간 탐욕의 정점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작가 이케이도 준은 이 작품을 통해 데뷔하고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 잡는다. 금융과 기업 환경을 배경으로 한 여러 작품을 발표하고, 다수의 작품이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인생에서 정말로 행복한 시간이란 대체 얼마나 있을까? - 끝없는 바닥 / 이케이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