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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주인들은 비슷한 말투에 닮은 얼굴을 하고. ‘파리아 자본주의적인 관상’ - 잡화감각

by oridosa 2025.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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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주인들은 비슷한 말투에 닮은 얼굴을 하고. ‘파리아 자본주의적인 관상’ - 잡화감각


막스 베버의 [고대 유대교]에 따르면 예전의 유대인 상인들은 동료에게 이자를 받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교도에게는 이자를 잔뜩 받아도 되었기에, 이처럼 적당히 굴러가는 도덕이 지배하는 경제를 베버는 ‘파리아 자본주의(천민자본주의)’라고 부르며 근대 자본주의의 논리와 구별했다. 후에 나는 당시 유대인들이 놓인 처지를 생각하면 목숨을 걸고 돈을 버는 것 외에는 살아남는 방법이 달리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해외 여행지에서 골동품 가게에 들를 때면 언제나 베버가 한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그런 곳에서는 오래된 잡동사니에 딱히 정해 놓은 가격이 없기 때문에 관광객에게는 바가지를 씌우고 귀여운 여자아이에게는 값을 깎아주고는 한다. 현지 사람이라도 부자에게는 비싸게 팔고 아는 사람에게는 싸게 넘긴다. 오로지 눈앞의 이익만을 좇아 장사를 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사실은 전 세계 어느 시장에 가더라도 가게 주인들은 비슷한 말투에 닮은 얼굴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파리아 자본주의적인 관상’이라고 해도 될 만큼 세계 공통의 사랑스러운 표정이지만, 전체적으로 피곤한 기색에 실제로 냄새를 맡을 수 있을 정도로 진한 애수를 풍긴다. 이제는 잔뜩 긴장한 상태로 외국의 거리를 걷다가 그런 사람을 만나면 ‘아, 역시 똑같네’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늑해진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방심했다간 금세 바가지를 쓰기 때문에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는 없지만 말이다. 

이런 이야기까지 하나 싶겠지만, 보잘것없는 개인 잡화점도 기본 원리는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현지에서 푼돈에 샀는지 어땠는지 잘 모를 고물을 갖고 들어와 세 배 가격으로 팔아 재끼니까. 수익이 좋다고 해서 잡화점이 그런 고물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일종의 파리아적 인상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며들기 시작한다. - 159p. ~ 16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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