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기 유물은 거대한 사회의 발달을 의한다. – 청동기, 고고학
전 세계적으로 청동기는 약 6,000년 전에 본격적으로 인류 사회에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국가와 문명의 등장을 인도했다. 고고학자가 청동기의 발생을 문명의 지표로 사용하는 이유는 청동기의 제작과 사용은 석기와 달리 여러 사람의 협동과 노력, 그리고 값비싼 재료인 청동기를 사용할 수 있는 경제적인 부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청동기의 사용에는 채광, 정련, 주조, 제작, 보급, 관리와 보수 등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단순하게 청동기를 만들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을 비싼 값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이 없으면 청동기는 발달할 수 없다. 또한, 원료 광석을 찾아내는 기술과 그것을 캐내고 청동기로 만드는 장인과 기술자와 같은 전문 집단이 있어야 한다. 이들은 고도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기술자이기 때문에 자신만의 전문적인 기술만으로 생활이 가능했던 인류 최초의 전문가 집단인 셈이다. 또한 청동기는 공급망이 제대로 있어야 한다. 청동기라는 것은 구리 80퍼센트 정도에 주석이 20퍼센트 내외가 들어간다. 이렇게 섞어야지만 녹는 온도도 900도 정도로 떨어져서 가공하기 편하고 빛깔도 아름답다. 문제는 주석이었다. 전 세계에 거의 골고루 퍼져 있는 구리광산과 달리 근대까지 사람이 채굴할 수 있는 주석광산은 극히 한정되어 있다. 그러니 주석광산이 없는 곳에서는 청동기를 제때에 만들려면 주산지 사람과 교역해서 주석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한다. 게다가 청동기를 비싼 값에 사들일 수 있는 사람은 청동기를 구매한 다음 사람들에게 배분해 주는 통치 체제 또는 교역 체계가 있어야 한다.
즉, 유적지에서 작은 청동기가 하나 발견되었다고 하면 단순하게 ‘신기한 물건’이 발견된 것이 아니라 거대한 사회의 발달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청동기의 쓰임은 석기와 다르다. 석기는 주로 농사와 같은 거친 일을 하는 생산도구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청동기는 찬란한 황금빛으로 전쟁에 사용되는 무기는 물론 사람들의 결속력을 높이는 제사의 주요한 도구로 사용되었다. 지금도 제사에 사용되는 그릇은 황금빛이 나는 제기이니, 중국이건 한국이건 청동기는 제사에 쓰이는 주요한 도구였다. 중국에서는 다양한 청동기로 만든 제사 그릇이 유행한 반면에, 한국에서는 청동방울, 칼, 청동거울 등 샤먼이 주로 사용하던 도구로 나타났다. - 131p. ~ 132p.
사라진 시간과 만나는 법 / 강인욱 /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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