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계절 – 유즈키 케이
4월은 벚꽃의 계절이다. 꽃이 이제 막 피기 시작했느냐 반만 피었느냐 흐드러졌느냐에 관계없이 벚나무는 언제나 고운 자태를 뽐낸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벚꽃은 흩날려야 제맛이라고들 한다. 땅거미가 진 어둠 속에서 두둥실 떠오르는 벚나무. 그 아래로 흩날리는 새하얀 꽃보라. 벚나무 아래 서서 팔랑팔랑 떨어지는 꽃잎을 술잔에 받아 쭉 들이켠다.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 눈에 아른거린다.
벚나무는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 꽃이 피었을 때나 피지 않았을 때나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 벚꽃의 계절은 쓸쓸하고도 아름다웠던 이별의 추억을 곱씹게 만든다. 아무리 인생이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이라지만 몇 번을 겪어도 이별은 늘 괴롭다.
벚꽃이 눈보라처럼 아름답게 흩날리던 날, 나는 찻집 ‘재회’에서 곧 영국으로 떠날 N과 마주 앉아 있었다. 우리는 말없이 그저 서로를 바라만 보았다.
“앞으로 한 오 년은 못 볼 거야.”
N이 먼저 입을 뗐다. 나는 잘 다녀오라고만 했다. 두 잔째 마시는 커피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알 수 없었다. N도 더는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찻집을 나온 우리는 절정이 지난 벚나무 아래서 헤어졌다. 그래서일까. 벚꽃이 필 때면 N과 마지막으로 만났던 찻집 ‘재회’와 눈보라처럼 흩날리는 벚꽃 너머로 멀어져가던 N의 뒷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 11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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