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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기계가 아니다. - 생물과 무생물 사이

by oridosa 2025.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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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기계가 아니다. - 생물과 무생물 사이


이 일련의 사태는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프리온 단백질을 완전히 제거한 마우스에게서는 아무런 이상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 지그소 퍼즐은 없으면 없는 대로 특별히 이상을 유발하지는 않는 것이다. 

그런데 머리부터 3분의 1을 잃은 불완전한 프리온 단백질, 즉 부분적인 결함을 지닌 지그소 퍼즐은 마우스에 치명적인 이상을 유발하고 말았다. 

텔레비전 회로를 구성하는 소자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그 조각을 제거해도 텔레비전은 제대로 나온다. 그런데 그 조각을 약간 망가뜨리면 텔레비전이 말을 듣지 않는다. 이런 경우가 있을까? 일반적으로는 그 반대다. 조각이 일부만 손상되었다면 약간 일그러지더라도 화면은 나올지 모른다. 그러나 한 조각이 통째로 빠져버렸다면 화면은 먹통일 것이다. 

그런데 부분적인 결함이 더 파괴적인 피해를 유발하고 오히려 애초에 조각이 없는 편이 말썽이 없다. 이런 시스템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그렇다. 역시 우리는 중대한 착오를 했거나 못 보고 지나친 것이 있었던 것이다. 중대한 착오란 단적으로 말하면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기본적인 질문에 대한 어리석은 인식이다. 그리고 간과했던 것은 ‘시간’이라는 단어였다.

생명이란 텔레비전 같은 기계가 아니다. 그 둘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커다란 착오인 것이다. 우리가 했던 유전자 녹아웃 조작이란 기계에서 소자를 빼는 행위와는 다른 종류의 그 무엇이었다. 

우리의 생명은 수정란이 만들어진 그 순간부터 행진을 시작한다. 그것은 시간의 축에 따라 흘러가며, 후퇴할 수 없는 일방통행이다.

다양한 분자, 즉 생명현상을 관장하는 미세한 지그소 퍼즐은 어떤 특정한 장소에서 특정 타이밍을 기다렸다가 만들어진다. 거기에는 새로 만들어진 조각과 지금까지 만들어져온 조각 사이에 형태의 상보성에 기초한 상호작용이 태어난다. 그 상호작용은 항상 이합과 집산을 반복하면서 네트워크를 넓히고 동적인 평형 상태를 유지한다. 일정한 동적 평형 상태가 완성되면 그것이 신호가 되어 다음 단계의 동적 평형 상태로 들어간다.

그런 과정에서 특정 장소, 특정 타이밍에 만들어져야 할 조각 중에 한 종류가 출현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동적인 평형 상태는 가능한 한 그 결함을 메우기 위해 자신의 평형점을 이동시켜 조정을 시도한다. 그런 완충 능력이 동적 평형이라는 시스템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평형은 자신의 요소에 결함이 생기면 그것을 메우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과잉 상태가 되면 그것을 흡수하는 방향으로 이동한다. 

효소 같은 조각의 결함으로 인해 어떤 반응이 진행되지 않으면 동적 평형은 다른 경로를 만들어 우회 반응을 확대한다. 구조적인 조각의 결함이 벽돌 담장에 구멍을 뚫었다면 비슷한 모양의 조각을 만들어 그 구멍을 메우려 하는 것이다. 그래서 생명현상에는 사전에 다양한 중복과 과잉이 준비되어 있다. 유사한 유전자가 여럿 존재하고, 같은 생산물을 얻기 위해 다른 반응계가 존재한다.

어떤 유전자를 녹아웃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수정란을 비롯해 새끼 마우스까지 탄생시켰다는 것은 곧 그 과정에서 동적 평형이 무슨 수를 써서든 결여된 조각을 보완해 가면서 분화, 발생 프로그램을 끝까지 완수했다는 뜻이다. 반작용의 귀결, 즉 복고주의에 입각한 새로운 평형이 탄생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274p. ~ 277p.

생물과 무생물 사이 / 후쿠오카 신이치, ShinIchi Fukuoka / 김소연 / 은행나무

생물과 무생물 사이 / 후쿠오카 신이치
생물과 무생물 사이 / 후쿠오카 신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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