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쟁이] 에도가와 란포의 대조적인 두 중편, ‘난쟁이’와 ‘누구(何者)’
난쟁이 / 에도가와 란포 / 이종은 / 도서출판b
[난쟁이]는 에도가와 란포의 ‘아케치 고로로 사건수첩 시리즈’ 두 번째 작품집이다. 첫 번째 작품집에서는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렸고, 이 책에는 ‘난쟁이’와 ‘누구(何者)’ 두 편의 중편이 실려 있다.
두 작품은 여러 가지 면에서 대조적이다. 우선 두 작품 모두 신문에 연재가 되었다. ‘난쟁이’는 신문사의 연재 일정에 공백이 생겨서 그것을 메우기 위해서 급하게 섭외가 된 것이고, ‘누구’는 시간 여유가 있었던 작품이다. ‘난쟁이’는 시간이 글쓰기에 촉박했던 탓에 아이디어를 내고 글 쓰느라 고생했지만, ‘누구’는 이야기가 술술 풀려 애먹지 않고 썼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난쟁이’를 쓴 이후에 본인 작품이라고 하기엔 너무 창피하다는 표현을 써가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반면 ‘누구’는 정통추리기법을 도입하는 등 추리소설로서 완성도가 높았다고 스스로 평했다. 하지만 저자의 뜻과는 반대로 대중은 ‘난쟁이’에 열광하고, ‘누구’에 대해서는 정통추리소설의 흐름을 따라가는 무난한 작품이라고, 심하게 말하면 너무 정통이라 ‘시시한 작품’이라고 평했다. ‘난쟁이’는 영화로도 세 번이나 만들어진다. ‘누구’는 이후에 에도가와 란포의 여러 수작 중 손에 꼽히는 작품이라고 대중과 평론가들 사이에서 인정받는다.
[난쟁이]는 요즘에도 엽기적이라 할 수 있는 사건이 나온다.
고바야시 몬조는 어느 날 밤 아사쿠사 공원에서 한 난쟁이를 목격한다. 그런데 그가 품에서 떨어뜨린 꾸러미에는 푸르스름하게 변한 사람의 팔이 들어 있었는데...
그 무렵 어느 사업가의 딸이 실종되고, 어느 백화점에서는 사람 팔 한쪽이 발견된다. 아케치 고고로는 일련의 사건들이 하나로 연결되었다고 판단하고 조사를 시작한다. 출생의 비밀, 실종, 살인, 시체 훼손, 유기 등 요즘에 나올 법한 강력범죄에 그 수법도 엽기적이다. 읽는 내내 소름이 돋을 정도로 오싹한 부분도 있어서 집중하며 읽게 된다. 아케치는 사람들을 탐문하고 증거를 분석한다. 그리고 진술과 증거 사이의 부조화를 찾아내 범인을 밝혀낸다.
음악가가 불협화음에 민감한 것처럼 탐정은 사실의 부조화에 민감할 필요가 있는지도 모릅니다. 종종 사소한 부조화의 발견이 추리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죠. - 167p.
후반부에 범인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요즘 시대의 기준과는 다른 결말처리가 나온다. 아마도 저자는 이 부분이 마음에 걸렸을 것이다. 그래서 ‘창피하고 민망한 작품’이라고 했는지도 모른다. 소설의 결말에 대해서는 독자의 판단에 맡겨야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반대’의 입장이다.
‘누구’는 밀실사건을 다룬다. 사건현장(방)으로 범인이 들어오고 나간 흔적은 있는데 건물 밖으로 빠져나간 흔적은 없다. 시작점과 도착점이 우물이다. 범인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탐정은 증거와 진술을 토대로 사건을 추리하며 반전에 반전을 거쳐 범인을 찾아낸다. 불필요한 요소 없이 논리적인 추리를 바탕으로 수수께기를 풀어나간다. ‘에도가와 란포 본격추리의 결정판’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소리가 아니다. 현대 추리소설 작가들이 사용하는 방법들의 초기 버전 혹은 모델이 되겠다. 여기에서도 결론 부분에 마지막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범인은 당신입니다.’
1권에서 단편의 아기자기한 맛을 접했다면, 2권에서는 중편의 치밀함과 규모를 접할 수 있다. 더 복잡한 인간관계, 사건의 배경, 추리기법 등이 요즘 소설에 견주어도 대단하다. 나머지 14권이 기다려진다. 좋은 독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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