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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이 있는 집] 남편을 의심하면서 벌어지는 심리 서스펜스 가정 스릴러

by oridosa 2019. 12. 6.

[마당이 있는 집] 남편을 의심하면서 벌어지는 심리 서스펜스 가정 스릴러

         

야전삽의 끝에 뭔가 닿는 느낌이 났기 때문이다. 말랑하고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삽을 더 깊숙하게 넣자 딱딱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돌멩이인가? 삽으로 흙을 퍼내자 얇고 길쭉한 시퍼런 색 막대기 몇 개가 보였다. 흙을 걷어내고서야 알아챘다. 눈앞에 보이는 건 파란색 나무 막대기가 아니었다. 식물의 뿌리도 아니고, 동물 사체는 더더욱 아니었다. 가늘고 긴 사람 손가락이었다. - 17p.

 

 

[마당이 있는 집 / 김진영 / 엘릭시르]

마당이 있는 집 / 김진영 / 엘릭시르
마당이 있는 집 / 김진영 / 엘릭시르

 

 

아파트에 살다가 단독주택으로 이사한 부부. 행복할 것 같은 이 가정은 마당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파탄이 난다. 마당을 파본 아내 주란은 거기서 발견한 것을 보고 남편 재호에게 얘기를 하지만 남편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이후 마당에서 나는 냄새는 사라졌고 남편의 태도는 의심스럽게 변한다. 어떤 사망 사고와 남편을 연관 지으면서 주란은 마당에서 나는 냄새와 남편의 이상한 행동을 파헤치게 된다. 그리고 남편이 살인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작 주란은 남편이 살인을 했다는 것 보다 가정이 깨질 것을, 남편에게 버림받을 것을 걱정한다.

          남편은 어떤 사람일까? 나는 남편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걸까? 이런 의심 속에서 나는 놀랍게도 남편이 살인자일지도 모른다는 사실보다 남편이 나를 버리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이 내 마음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200p.

주란과는 대조적인 환경의 상은은 남편 윤범의 사망사고를 접한다. 자살로 판명이 나면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 남편의 죽음과 주란의 남편 재호를 연결하려는 과정에서 제약회사 리베이트, 청소년 성매매, 가정불화, 보험금 등 예상치 못한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드러난다. 상은은 재호가 윤범을 죽인 범인이어야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재호는 상은이 윤범을 죽였다고 몰아간다. 그래야 상은의 협박을 피할 수 있다. 그 사이에 주란이 있다. 

      만나자는 제안을 상은은 덥석 받아들였다. 서로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는 두 사람 사이에 내가 있다. 여기서 뭔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남편도 상은도 아니다. 남편은 지금 우리 가정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어쩌면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건 처음부터 나였는지도 모른다. - 333p. 

소설은 4월 9일 시작하여 4월 27일에 마무리 된다. 짧은 기간 동안 사건은 주란과 상은의 입장에서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사건의 시작은 마당에서 나는 냄새였지만 그 안에는 사회의 비리, 청소년 가출, 교육환경의 문제 등 많은 문제가 포함되어 있다. 화목한 가정이란 무엇인가, 부부란 어떤 관계인가 생각해 보게 된다. 끝부분에 주란의 독백은 최악의 상황을 피한 안도감, 삶의 허망함, 자신의 나약함 등이 들어있다. 

     만약 그날 내가 저 화단에서 시체를 보지 못했다면 지금 나는, 지금 이곳은 어떤 모습일까? 내가 화단의 시체를 보지 못하고 남편도 의심하지 않았다면, 화단에 수민을 묻은 채로 여전히 우리 가족은 행복했을까? - 378p. 

주란은 상은에게 말한다. ‘이 세상에 쉬운 삶은 없어요. 자신을 특별히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요. 우린 모두 다 평범하게 불행한 거예요(376p).’ 가정마다 각각의 사정이 있다. 남들은 모르는 사정, 겉보기와 달리 많은 사연이 있는 가정. 소설은 모든 것을 갖춘 주은과 모든 것이 부족한 상은의 모습을 교차로 보여주며, 뺏으려는 사람과 지키려는 사람의 안쓰러운 마음도 보여준다. 소설 후반부의 대반전도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한다. 모처럼 국내 추리 스릴러를 접했다.

 

 

* 최근 드라마로 제작, 방영 예정

장르 : 하드보일드, 범죄, 미스터리, 서스펜스, 스릴러, 느와르
방영일 : 2023년 6월 19일 ~ 2023년 7월 11일(예정), 8부작

방송시간 : 월, 화 오후 10:00
출연 : 김태희(문주란 역), 임지연(추상은 역), 
김성오(주란 남편 박성호 역), 최재림(상은 남편 김윤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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