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있는 인생] 취미가 없는 인생은 죽은 인생이다
취미 있는 인생 / 마루야마 겐지 /고재운 / 바다출판사
이 책은 일본의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의 취미와 관련한 에세이다. 원래는 [일상의 즐거움]이라는 그의 작품 중에서 일부를 제외하고 엮은 것인데, 묶어놓고 보니 취미 관련하여 몇 개의 영역으로 되었다. 낚시, 영화, 음악, 오토바이와 차(車)의 취미와 그의 인생 이야기다. 그가 50여 년 동안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렇게 다양한 취미를 즐겼기 때문이다. 저자는 취미로 인해 소설의 깊이가 달라졌다고 말한다. 저자의 삶도 달라졌을 것이다. 취미는 인생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저자의 글을 읽어보면 저자는 모범생 타입은 아니다. 조금 과격한 스타일이다. 아닌 것은 아닌, 타협 불능의 성격이다. 이런 성격은 그의 작품에도 스며들어있고, 그의 생활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러니 우직하게 작품을 써내고, 마음에 맞지 않는 만남은 과감히 끊어버린다. 몇몇 안 좋은 일에 대해서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모 영화감독에 대해서는 형편없다는 평을 거침없이 내놓는다.
실망의 연속이었다. 형편없는 작품이었다. 정말로 구로사와가 만든 영화일까 하고 계속 의심할 정도였다. 그리고 나는 쉴 새 없이 시계를 보았다. 지루했다. 구로사와가 이렇게 지루하게 만드는 감독일 리 없다. 다음은 어떨까, 다음은 어떨까 하고 기대해보았지만, 숨이 멎을 듯한 장면은 결국 나오지 않았다. - 구로사와 아키라의 그림자. - 175p.
이 정도면 인간관계는 포기한 듯 싶다. 저자는 남이 뭐라하건, 아닌 건 아닌 것이고,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래도 그를 따르는 사람들은 그의 이런 모습이 꾸밈없어서 좋아한다. 연륜에 맞게 삶을 바라보는 방식도 남다르고 철학도 있다. 그것을 낚시와 영화, 음악, 오토바이, 차(車)의 취미와 연결지어 이야기한다.
그가 이렇게 다양한 취미에 관심을 갖고 부지런히 취미 활동을 하게 된 계기를 저자는 다음과 같이 적는다.
내 목표가 정해진 것은 그때였다. 서른 살을 넘긴 나는 스스로 불을 붙이지 않으면 빛을 발할 수 없게 되었다. 그 때문이라면 무엇에든 손을 댈 생각이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놀기 위한 목표로 보였을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계속 살아가기 위한 목표였다. - 235p.
저자에게 취미는 단순히 돈이 많거나 시간이 남아서 하는 것이 아니었다. 삶을 불태우는, 삶의 돌파구를 찾는 하나의 방편이자 마지막 시도였다. 그렇게 취미를 경험한 결과, 지금의 소설가 만들어진 것이다. 나이 들고 은퇴한 사람들이 애처로울 때는 딱히 할 일 없이 하루하루를 보낼 때다. 일이건 취미건 할 일이 있다면 삶이 따분하지 않고 뭔가 보람도 있을 것이다. 취미는 자아를 찾고 성장시키는 것 외에도 재미를 얻을 수 있는 창구다. 취미는 여러모로 삶을 풍성하고 밀도 있게 만든다.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젊은이가 돌아오는 마을] 마을은 힘이 세다. 쉽게 소멸하지 않는다. (0) | 2019.12.12 |
---|---|
[이야기가 번지는 곳 뉴욕 ] 매력적인 도시, 뉴욕 그리고 에세이 (0) | 2019.12.11 |
시간을 멈추는 법 - 네가 쉰 살이 됐을 때도 난 이런 얼굴을 하고 있을 거야. (0) | 2019.12.09 |
속초 - 속초의 금은방, 문천당 (0) | 2019.12.08 |
[기묘한 러브레터 ] 여자는, 알았다. 남자의 충격적인 정체를. (0) | 2019.12.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