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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탕 1] 곰탕 끓이는 비법을 알기 위해 시간 여행을 떠나다.

by oridosa 2019. 12. 20.

[곰탕 1] 곰탕 끓이는 비법을 알기 위해 시간 여행을 떠나다. 


[곰탕 1 / 김영탁 / 아르테]

 

곰탕 1 / 김영탁 / 아르테

 

김영탁의 [곰탕]은 재미요소가 풍부한 소설이다. SF, 학원, 범죄 등 다양한 장르가 혼합되어있고, 독자가 재미있어할 만한 내용들이 골고루 들어가 있다. 게다가 각종 사회문제도 은근히 다룬다. 어찌 보면 이것저것 다 섞은 잡탕 같지만 소설 후반부로 갈수록 그 요소들이 잘 어우러져 흥미 있는 이야기를 구성한다. 몰입하게 하는 힘이 대단하다.

우선 시간 여행을 다룬다. SF장르라고 해도 될 만큼 시간 여행과 신무기가 등장한다. 과거로 돌아가서 곰탕 끓이는 비법을 배워오는 것이 주인공의 임무다. 고아 출신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서 부모(라고 짐작되는 사람)를 만난다. 가족의 정을 느낀다(가족영화). 곰탕집 아들은 학교에서 싸움하고 다니는 일진이다. 여자 친구도 있고, 지역 조직에서 가입을 권하는 존재다(학원물). 주인공이 살던 미래의 부산은 가진 자들이 사는 윗동네와 없는 자들이 사는 아랫동네로 나뉜다(빈부의 격차). 시간 여행은 결코 낭만적이지 않다.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하다. 없는 자들은 가진 자들을 대신해서 시간 여행을 한다.

     말이 시간 여행이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이 없어. 다 죽는다고. 그 좋은 여행을 왜 우리같이 없는 사람들만 가겠냐. 왜 돈 필요한 놈만 가겠냐고. 위험하니까. 억수로 위험하니까 그런 거야. - 16p.

주인공은 과거로 가서 곰탕 끓이는 법만 배우고 돌아오면 된다. 그런데 소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각종 사건들이 일어나고, 어떤 범죄에 연루된다. 시간 여행이 기술적으로도 위험하지만, 과거에서 접하는 모든 생활 자체가 위험투성이다. 거기에 원천적인 문제가 하나 있으니, 시간 여행 스케줄이 펑크 나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과거로 떠난 여행자들이 돌아오지 않기 시작했다. 물론 아주 일부이긴 했다. 살길이 없었으니까. 과거에서 그들은 신분도 없고 돈도 없고 가족도 없었다. 과거에서는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떤 여행자들은 과거를 택했다. - 294p.

주인공도 그런 고민을 하게 된다. 미래로 돌아가는 것과 과거에 남는 것. 주인공은 과거에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시간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면 얻게 되는 이익이 있지만, 살아 돌아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그저 가게 하나 얻으며 살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자신의 부모(라고 생각되는 사람)를 만나면서 주인공은 행복을 꿈꾼다. 불행했던 미래보다 과거의 삶이 더 행복할 것 같다면, 미래의 생활을 접고 지금의 시간에 머무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그만큼 주인공은 가족의 정이 그리웠고, 과거의 시간에서 행복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남자는 자신의 아버지와 이름이 같은 소년을, 자신의 어머니와 이름이 같은 소녀를, 그리고 그 소녀가 가진 아이를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할 수 있는 세월을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행복에 대해 생각했다. 왜 한 번도 행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는지 생각했다. 왜 이제야 행복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는 건지, 생각했다. - 301p.

현재에 머무는 것도 위험한 일이다. 돌아오지 않는 시간 여행자를 감시하는 또 다른 시간여행자가 있어서 주인공을 위협한다.

2063년의 미래에서 2019년의 과거로의 시간 여행. 잠깐이지만 미래의 부산 모습이 나온다. 앞서 얘기했던 빈부의 격차가 심해져서 거주지의 차이가 있다는 것. 자연 환경도 지금과는 많이 달라진다는 것이 언급된다. 디스토피아적 미래관이다. 그렇다고 과거(2019년)가 유쾌한 것도 아니다. 사람들이 실종되고 살인이 빈번히 일어난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그 범죄와 관련되어 있다.

시간 여행과 범죄, 가족의 사랑, 사회 문제 등등. 많은 이야기 거리를 담고 있지만 그것들이 잘 어우러져 탄탄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구성한다. 2권이 기다려진다. 저자 김영탁은 영화 [헬로우 고스트]와 [슬로우 비디오]의 감독이기도 하다. 영화감독의 소설은 본인의 영화와 소재나 색채가 비슷하다. 읽으면서 두 영화를 떠올렸다. 이 소설도 영화로 만들어지면 비슷한 풍의 또 다른 재미난 영화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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