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홍차] 홍차의 맛과 멋, 홍차를 부르는 만화
[오늘은 홍차 / 김줄 그림, 최예선 글 / 모요사]
'홍차'하면 떠오르는 몇몇 생각들. 먼저 마르셸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오는 '홍차와 마들렌'이다. 일명 '프루스트 효과'로도 알려진 유명한 내용이다. 또 하나는 커피도 아닌 것이 캔으로 담겨 나온 홍차 음료 '실론티'. 이때 처음 홍차라는 것을 접해볼 수 있었다. 커피와는 다른 맛인데, 호기심과 괜한 멋에 마셨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홍차 맛을 잘 모른다.
홍차의 이미지는 커피와 녹차하고는 또 다른 느낌이다. 일이 많고 고될수록 커피를 많이 마시니 커피는 노동의 음료, 차분히 테이블에 앉아서 격식을 차리며 마시는 홍차는 휴식의 음료라 할 수 있다. 고급스럽고 격식을 차려서인지 홍차는 커피보다 대중성이 떨어지는 것 같지만 홍차를 즐기는 마니아가 많은 것을 보면 홍차만의 매력이 있는 것이고, 나는 아직 홍차의 매력을 모를 뿐이다. 홍차는 어떻게 블렌딩(여러 가지 차의 원료를 섞는 것) 하느냐에 따라서 다양한 맛을 낸다. 조합이 무궁무진하므로 홍차의 맛도 그만큼 많을 수밖에 없다. 늘 새로운 맛을 내는 것이 홍차다.
홍차의 매력을 알려줄 책, [오늘은 홍차]는 홍차와 홍차를 마시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김줄 그림과 최예선의 글이다. 최예선은 이미 [홍차, 느리게 매혹되다]라는 홍차 에세이를 쓴 바 있다. [오늘은 홍차]는 생활밀착형 홍차만화를 표방한다. 홍차 가게를 연 홍마담과 가게를 찾는 세 명의 여성, 소유, 미우, 아란이 주인공이다. 나이도 하는 일도 다른 세 여자는 홍차 가게에서 '생활밀착형 고민'을 털어놓으며 친해진다. 그 중심에 홍차가 있다. 홍마담은 매번 다양한 홍차를 제공한다. 이야기 중간에 홍차의 유래와 종류, 용어 설명이 적절히 들어가 있다.
김줄의 그림도 마음에 든다. 예전 명랑만화를 보는 것 같이 부담 없고, 참 따뜻하다. 내용도 좋고 그림도 좋다. 김줄과 최예선의 조합으로 이런 책들을 계속 만들어냈으면 좋겠다. 거창하게 힐링을 논할 것 까지 뭐 있나. 이런 편안한 내용의 만화를 보며 차 한 잔 마시는 것만큼 좋은 힐링이 또 있을까. 이 책을 보다보면 홍차 가게를 찾아가서 한번 홍차를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 홍차 티백을 사다가 마시는 것 뿐. 그래도 한번 마셔봐야겠다. 커피, 녹차, 홍차 등 다양한 차를 그날그날 분위기에 맞춰서 마시는 것이다. 바쁘면 못한다. 여유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여유 있는 삶이 곧 행복한 삶이다. 홍차는 삶의 쉼표다.
커피의 열풍 속에서 녹차와 홍차는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홍차의 맛과 멋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기를 바란다. 홍차는 홍차의 맛과 멋이 있고, 커피는 또 커피의 맛과 멋이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 오늘은 이러니 홍차를 마셔보고, 이런 날은 이래서 녹차를 마시고, 또 저런 날은 커피를 마시고. 차를 마시며 여유를 느끼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나. 이 만화 보고 있으면 홍차가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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