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을 욕심 VS. 책 가지고 있을 욕심] 2014. 12. 26.
강의를 나가는 대학 도서관에서 한번에 20권씩 책을 빌릴 수 있다. 난 이 점이 마음에 들었다. 학기 중에는 수업에 필요한 책이랑 내가 읽고 싶은 책이란 잔뜩 빌려다 쌓아놓고 읽었다. 같은 날 빌려도 반납하는 기간이 다르니, 책이 쌓이고 여기저기 뒹굴게 되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방학을 맞아 일괄 반납을 해야 했다. 그런데 책 중에 하나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것 때문에 집을 한번 뒤집었다.) 홈페이지에서 보니까 여전히 대출중인데, 집에는 책이 없는 것이다. 아, 책을 잃어버렸나? 그럼 변상을 해야 하나? 예전에 이 책을 반납한 기억이 어렴풋이 스치기도 했다. 확인해보는 수밖에. 도서관 서가에 가서 같은 책을 세어봤다. 서가에 꽂힌 것은 두 권, 홈페이지에 올라온 목록도 두 권이다. 두 권 중 하나는 대출중(내가 빌린 것)이다. 역시, 예전에 반납처리가 제대로 안되었다.
내가 사서 읽은 책도 있고 출판사에서 받은 책도 있어서 집에 책이 좀 많은 편이다. 그나마 공공도서관과 대학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는 것이 많아서 예전보다 구입하는 책은 줄어들었다. 책을 다 읽고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이것이 문제다. 그냥 쌓아두자니 공간이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버리자니, 언젠가 필요할 것 같아서 보관하는 것이 아니가. 중고로 팔자니 그것도 별로다. 기증받은 도서는 팔기도 어렵고, 팔아봤자 푼돈이다.
하지만 이런 모든 문제의 핵심은 바로 나였다. 책에 대한 과도한 욕심 때문이다. 책 읽는 욕심이 많은 것은 좋은 일이나, 책을 가지고 있으려는 것은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욕심이다. 대학도서관 책 반납 건도 그렇고, 나날이 좁아지는 방도 그렇고, 책을 읽는 욕심과는 다르게 책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심이 불러온 것이다.
이젠 책 욕심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많은 책을 읽고 간직하는 것보다는 좋은 책을 다양하게 읽는 것을 추구하자. 이번에 한바탕 집을 뒤집으면서 생각해보니, 보관했던 책들 중 다시 펴 본 책이 없다. 내가 통제할 수 있을 만큼만, 딱 그만큼만 책을 가지고 보면 되겠다.
- [500자 풍경사진 195]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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