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나우 마을 발전소 ] 쇠나우 마을의 탈핵 운동. 탈핵은 에너지 절약부터.
[쇠나우 마을 발전소 / 다구치 리호 / 김송이 / 상추쌈]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일본의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지진해일 피해를 영상으로 지켜보면서 많은 걱정을 했는데, 더 큰 문제는 원자력 발전소였다. 1986년, 러시아의 체르노빌 사고도 엄청 큰 사고였지만, 먼 곳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지식 부족으로, 또 심각한 상황이라고 인식하지 못해서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그러나 일본은 다르다. 서울과 후쿠시마의 거리는 1200 km 밖에 안된다.
이 책은 독일 쇠나우 지역민들의 탈핵(탈원전) 운동과 그 성과를 보여주는 책이다. 탈핵 운동의 방향을 잘 제시하고 있다.
남독일의 프라이부르크나 쇠나우 주변에서 탈핵 운동이 성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강 건너 프랑스에도 핵발전소가 있고, 체르노빌 때 날아온 방사능이 여태껏 들에서 나는 버섯이나 야생 멧돼지들에서 검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 28p. ~ 29p.
전기를 얻기 위해서 인류는 다양한 시도를 해왔고, 원자력 발전은 최근까지 그 중심에 있었다. 유럽은 원자력 발전을 일찍 받아들여 활성화시켰지만 그에 따른 반발도 많았다. 체르노빌 사고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두 번의 큰 원전 사고로 인해 원자력 발전의 위험은 극에 달했고, 탈핵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독일의 쇠나우 주민들은 ‘핵발전을 반대하는 부모들’ 모임을 만들었다. 아이들에게 핵 없는 사회를 물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후 이 모임은 ‘핵 없는 미래를 위한 부모들’로 바뀌고, 탈핵을 위한 행동에 돌입한다.
이들의 원칙은 매우 합리적이고 평화적이며 단순하다. 우선 1)탈핵에 동의하고 실천할 수 있는 정치인을 뽑는다. 2)중앙 집중식 발전이 아닌 지방 분산형 발전을 꾀한다. 3)재생에너지를 만들고 거래하는 전력회사와 전기 공급을 계약한다. 4)전기 소비를 줄인다.
원자력 발전소가 아닌 전력회사를 상대로 탈원전 운동을 하는 것과 전기 소비량을 줄이는 것은 일맥상통한 면이 있다. 우선 전기 사용량이 많아지면 전력회사는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더 효율적인 전기 생산 방식을 도입한다. 그것이 원자력이다. 그래서 전기 소비자들이 전기를 아껴서 전기 소비량이 줄어들면 전력회사는 굳이 원자력 발전소에 의지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또한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도록 전력회사와 지역사회에 지원을 한다. 중앙 집중식 전력 발전이 아닌 소규모 지방 분산형 방식을 따른 것이다.
거대 기업에 쏠린 에너지 시장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나서 작은 시설을 곳곳에 만드는 게 중요하다. 시민들이 발전에 적극 관여하게 되면 에너지 소비를 바라보는 눈도 달라질 것이다. 마을에서 필요한 에너지는 각 마을이 생산하고 쓰는 것이야말로 쇠나우 전력회사가 가장 바라는 내일의 모습이다. 이렇듯 분산형의 규모가 작은 자연에너지라야 고장이나 사고가 났을 때도 큰 영향이 없다. - 128p. ~ 129p.
주민들은 쇠나우 전력회사를 만든다. 시와 지역민의 도움을 받아 작은 전력회사를 운영하며 재생에너지 생산 방식을 보급하고 지원한다. 조금 비싸더라도 원전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회사의 전기가 아닌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쓰도록 유도한다. 가정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한편 재생에너지 설비를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로써 전력 사용량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높여 자연스레 원전 의존도를 낮추게 되었다.
핵발전을 추진하게 된 데에는 전기를 낭비하는 생활 태도가 한몫했다는 것을 돌아보게 되었다. 이 문제를 풀려면 소비자로서 뭘 해야 할까? 전력 소비량은 해마다 늘어나기만 한다. 전력 소비가 줄면 핵발전에 덜 기대게 될 것이다. - 45p.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쇠나우 시민은 거대한 전력 회사를 물리치고 자신들의 힘으로 자연에너지를 공급하는 길을 택했다(77p).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전력 공급을 우리 손아귀로 돌린다는 건 바깥에 기대는 일을 그만둔다는 것이고, 나아가 바깥에서 오는 위협에서 벗어난다는 뜻이죠. 삶을 스스로가 결정한다는 의미입니다. - 149p.
원자력 발전은 과학과 기술 측면에서는 매우 효율적인 발전 방식이지만 지속가능 여부와 안전을 따져본다면 결코 바람직한 방식은 아니다. 후손들에게 더 큰 문제를 안겨줄 뿐이다. 쇠나우 주민들은 과격한 시위대신 합리적으로 쇠나우 전력회사를 운영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들은 더 나아가 원전제로를 꿈꾼다.
민주주의라는 게 4년에 한 번씩 투표하고, 그 다음 일은 정치인들한테 내맡겨 버리는 게 아니잖아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함께 하는 거죠. 시민들도 책임을 지는 게 민주주의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회사도 같아요. 아주 뛰어난 경영자가 훌륭한 회사를 만드는 게 아니에요. 사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책임감을 갖고 달라붙을 때 훌륭한 회사를 만들 수 있죠. - 139p.
책 뒤에 나오는 ‘핵발전을 반대하는 합당한 이유 100가지’는 핵발전 전반에 걸쳐서 우리에게 잘못 알려진 ‘핵발전의 이점’을 고발한다. 원전마피아 또는 원전 이해관계자의 입장이 아닌, 전력 소비자의 입장에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내용들이다. 탈핵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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