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무 살, 도쿄 - 그건 엄마가 넣은 용돈이야

by oridosa 2020. 2. 23.

[스무 살, 도쿄 - 그건 엄마가 넣은 용돈이야 ] 2020. 02. 23.


"지난번에 나가노의 어머니 집에 갔었는데 말이지. 어머니한테 돈을 쥐어줬지. 백만 엔쯤. 사실은 좀 더 주고 싶었는데, 노인네를 놀라게 하면 안 될 거 같아서. 우리 어머니, 검소하게 사는 게 몸에 박힌 사람이라 큰돈이라면 무조건 무서워해. 그래서 아직도 집에서 아르바이트로 재봉틀을 밟는데 말이지, 벌써 환갑도 지났고 이제 슬슬 놀면서 사시라고 말했어. 그랬더니 이러는 거야, 어머니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괜찮대."

여기서 코를 한차례 훌쩍 들이켰다.

"내가 물어봤지. 근데 어머니, 재봉틀 밟아서 하루 얼마나 벌어? 이봐, 얼마일 거 같아? 이봐, 다무라 짱~." 목소리가 슬며시 떨리고 있었다. 글쎄요, 라고 대답하면서 고다를 바라보니 눈에 눈물이 글썽거리고 있었다.

"3천 엔이야. 그야 집안일 틈틈이 하는 일이라지만, 그래도 말이지, 어른이 하루 일해서 겨우 3천 엔이라고." 고다가 눈물을 참고 있었다. 히사오는 젓가락을 멈추었다.

"나는 말이지, 학생 시절에 집에서 한 달에 4만 엔씩 받았었어. 그게 아버지하고 처음에 받기로 정한 돈이었어. 근데 현금 봉투를 열어보면 늘 5만 엔이 들어 있어. 어머니한테 물어봤더니, 그건 엄마가 넣은 용돈이야, 그랬다고. 어머니가 만 엔을 따로 나를 위해 마련해준 거야.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 돈을 썼어. 6만 엔으로 좀 올려주지 않으려나, 그런 달콤한 생각까지 하면서. 그게 20년 전 얘기야. 지금은 하루에 3천 엔이라면 그때는 분명 천 엔, 2천 엔의 돈벌이였을 거라고. 알겠어? 그 속에서 어머니는 나한테 만 엔을 보내줬다고." 

고다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어깨를 들썩이며 헉헉거리기 시작했다. - 368p. ~ 369p.

스무 살, 도쿄 / 오쿠다 히데오 Hideo Okuda / 양윤옥 / 은행나무

 

스무살, 도쿄 / 오쿠다 히데오 Hideo Okuda

 

 

[스무 살, 도쿄] 도쿄에서 보낸 청춘기

[스무 살, 도쿄 / 오쿠다 히데오 / 양윤옥 / 은행나무] 제목 : [스무 살, 도쿄] 도쿄에서 보낸 청춘기 이 책의 원제는 ‘도쿄 이야기(東京物語)’다. 오사카 출신 청년이 18살부터 29살까지 도쿄에서

oridosa.tistory.com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