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일가 ] 3대를 이어 사랑받는 카페, 교토의 로쿠요샤(六曜社)와 그의 가족 이야기
커피 일가 / 가바야마 사토루 / 임윤정 / 앨리스
일본의 교토, 가와라마치 거리에 작고 오래된 카페 로쿠요샤(ROKUYOSA)가 있다. 3대에 걸쳐 70년을 이어온, 일본에서는 꽤 유명한 카페다. 일찍이 도쿄 신주쿠에 있던 전설의 찻집과 비교되며 ‘동쪽의 후게쓰도, 서쪽의 로쿠요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흔히 일본에는 오래된 가게, 대를 이어온 가게가 많다고 한다. 말이 쉽지 50년, 100년 동안 이어온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산업이 바뀌고, 라이프 스타일이 바뀌고, 유행이 바뀌다 보면 예전의 업종과 품목을 오래 유지하기 힘들다.
이 책은 카페 로쿠요사의 시작과 현재, 1대 창업주에서 3대 사장까지 가족들의 고난과 노력을 담고 있다. 카페가 오래되고 유명해서 잡지나 텔레비전 등 다수의 매체에 소개되고, 몇몇 문학작품 속에서도 언급이 되곤 했다. 작가는 가족들의 인터뷰와 매체 자료를 조사해서 3대의 가족 이야기를 정리하였다. 가족의 역사가 곧 카페의 역사이자, 일본 전후 시대의 문화사, 라이프 스타일 변천사이기도 하다.
1대 오쿠노 미노루와 야에코는 패전 이듬해인 1946년 만주에서 만난다. 일본인에 대한 감정이 안좋은 시기에 중국에서 어렵게 생활을 하던 야에코는 작은 커피 노점을 운영하던 미노루와 만나게 된다. 이후 각자 일본으로 건너온 두 사람은 운명적으로 재회하고 결혼을 한다. 그리고 교토에서 카페를 연다.
1950년 오쿠노 일가는 2년가량 영업한 찻집 코니아일랜드에서 바로 옆 건물 지하로 이전해야 했다. 야에코는 미노루와의 재회를 기뻐했던 찻집에서 다시금 출발하게 된 것에 어딘가 운명 같은 걸 느꼈다. 그곳은 ‘로쿠요샤六曜社’라는 이름으로 전쟁 전부터 영업을 해왔다고 했다. 여섯 명의 여성이 경영을 하고 있었던 데서 가게 이름이 유래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 41p. '출발, 야에코' 중
작게 시작한 카페를 부부는 가족의 도움을 받으며 운영해 나간다. 이후 장남이 태어나고, 가게 터를 옮겨야 할 상황에 이른다. 장사가 잘 되니 건물주가 퇴거를 요청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새 장소를 물색하던 중 부부와 인연이 있는 지금의 자리로 옮겨온다. 그리고 조금씩 성장하며 지금의 명성을 갖게 된다. 매장이 지하와 1층으로 늘고 손님들도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아들이 운영을 맡게 된다. 그리고 3대 군페이까지 이른다. 가족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정직원을 채용하고 법인으로 전환한다.
“오사무는 형제 중에서 가장 아버지를 닮았는데,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이었지. 커피 맛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고민을 하더니 교토의 다마야커피라고 하는 작은 로스팅 전문점을 찾아내고는, 함께 이렇게 저렇게 고민하고 시도하더니 한 달 이상 걸려 그때까지 사용하고 있던 원두와 다마야 원두를 블렌딩하더군. 완성된 기본 믹스블렌드가 그때부터 로쿠요샤의 맛이 됐지.” - 104p. '새로운 싹, 오사무' 중
아들에게 카페를 넘겨주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일단 아들이 원해야 하고 적성에 맞아야 한다. 첫아들은 카페 일을 돕다가 다른 일을 하면서 물러나고, 3남 오사무는 음악 관련일을 하며 예술가를 꿈꾸고 있었다. 음악일을 아예 손 놓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돌고 돌아 아버지의 일을 물려받아 카페를 운영했다. 3대 군페이도 다른 일을 하다가 카페로 돌아온 경우다. 군페이는 가업을 제대로 물려받기 위해 다른 카페에서 일을 배우며 경험을 쌓았다.
1대 부부도 커피와 카페로 인연을 맺었고 아들, 손자도 자신의 인연을 카페에서 맺는다.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이 카페에서 이루어진 셈이다.
어느 봄날, 여느 때처럼 카르코를 찾은 오사무는 낯익은 손님의 모습을 발견했다. 시부야 블랙호크의 단골손님이었던 노구치 미호코였다. 사가현의 본가에 돌아가든 중 훌쩍 교토에 들렀다고 한다. - 101p.
찻집에 들어가는 목적은 사람마다 다르다. 물론 커피도 그 이유 중 하나지만,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일기를 쓰거나, 기분 전환을 하는 등 저마다 카페를 찾는 목적이 천차만별인 점이야말로 매력이 아닐까. ‘사려 깊은 찻집과 편안한 카페의 중간.’ 그런 가게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175p. '100년을 향해, 군페이' 중
카페를 하려면, 식당을 하려면, 지역 명소는 물론이고 오래도록 사랑받는 그런 장소로 만들어야 한다. 그게 쉽지 않은 요즘이다. 노력과 궁리를 해야 한다. 1대 미노루 - 야에코, 2대 오사무(3남) - 미호코, 3대 군페이(오사무 아들) - 아야코로 이어지는 70년. 군페이는 앞으로의 100년을 내다본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속도로 손님들과 만나는 일. 변화의 시대에 작은 가게가 살아남는 법을 가족, 손님, 지역사회가 모두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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