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 탐심 - 사람들을 만년필과 비교하게 될 때가 있다. ]
재미있는 것은 ‘링컨 만년필(Lincoln Fountain Pen)’이란 만년필 회사가 있었다는 점이다. 링컨 사후 30년 정도 지난 1896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1달러 정도의 중저가 만년필을 만들었다. 몸통은 경화 고무 재질을 사용했고 금촉도 장착했지만, 만년필 역사에 남을 만한 제품은 만들지 못했다. 여러모로 링컨의 이름을 갖다붙인 이유를 알 수 없는 회사다. 만약 이 회사 설립에 링컨의 유족이 참여하지 않았다면, 요즘 같으면 성명권 무단 사용으로 소송에 걸렸을지 모르겠다. 이 회사는 링컨과는 다르게 조용히, 그리고 거의 기억하는 사람도 없이 만년필 역사 속으로 가라앉아 버렸다.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종종 사람들을 만년필과 비교하게 될 때가 있다. 말끝마다 자신이 유명한 사람 아무개를 잘 안다고 자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이 별 볼일 없으니 남의 이름을 끌어와서 본인의 가치를 높여 보려고 한다. 그러나 대개 그런 사람들의 의도는 먹히지 않는다. 그의 가치는 결국 자신의 내면과 역량에서 결정되는 것이지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유명인의 이름에 현혹되어 그의 가치를 높여 판단할 정도로 어리숙하지 않다. 만년필을 보라. 몽블랑149나 파커51에는 이제 더 이상 수식어가 필요없다. 그들의 이름을 끌어와서 비교하거나 수식하는 제품들은 결코 그들을 뛰어넘지 못했다. - 64p. ~ 65p.
만년필 탐심 / 박종진 / 틈새책방
2022.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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