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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4분의 1 ] 네 가지 사랑 이야기. 잘 숙성된 품격있는 소설

by oridosa 2022. 9. 24.

[9월의 4분의 1 ] 네 가지 사랑 이야기. 잘 숙성된 품격있는 소설 


[9월의 4분의 1 / 오사키 요시오, Yoshio Osaki / 황매]

 

9월의 4분의 1 / 오오사키 요시오


일찍 데뷔한, 인기있는 작가들의 글쓰기를 보면, 처음엔 참신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참신성은 급속도로 떨어지고, 소재와 내용도 비슷비슷해진다. 심하게 말해서 작품들이 거기서 거기 같을 때가 있다. 금방 진을 빼버려서 그런가... 금방 바닥을 들어내보이는 것 같아서 급부상하는 젊은 신예작가들을 보면 한편으론 걱정이 앞선다. 그에 비해서 늦게 데뷔를 하는 작가는 젊은 작가와 비교해서 소재의 깊이도 있고, 적절한 느림의 맛, 차분하고 잘 숙성된 맛이 있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 데뷔한 작가 오오사키 요시오의 작품은 알맞은 속도로 진행이 되는 참 편안한 소설이다. 평범할 만한 이야기를 마음 속에 오래 묵혀두었다가 조심조심 꺼내어 놓은 듯하다. 잘 숙성된 이야기는 화려하고 자극적인 이야기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시며 감동시킨다.

모처럼 격조있는 고품격 소설을 접하게 되었다. [9월의 4분의 1]은 오오사키 요시오의 첫 소설집이다. 네 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9월의 4분의 1]은 그 중 한 작품이다. 네 편의 작품 속에서 말하는 이(주인공)은 모두 마흔을 넘긴 중년의 남성들이다. 주인공의 모습(성격, 취향, 직업, 지역 등등)은 네 편에 걸쳐 모두 일정한 범위의 공통분모(일관성)를 지니고 있는데 작가의 실제 모습이 많이 엿보인다. 그래서 이 소설집은 연작소설의 성격도 있고, 작가의 수필을 읽는 것 같기도 하다.

보상받지 못한 엘리시오를 위해
켄싱턴에 바치는 꽃다발
슬퍼서 날개도 없어서
9월 4분의 1

각각의 단편은 중년의 주인공이 청춘의 시절에 만났던 여인을 추억하는 이야기다. 지나가버린 젊은 날들,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하는 여인과의 추억, 한번쯤 돌아가고 싶지만 되돌아 갈 수 없는 과거의 이야기들이어서 책을 읽는 내내 애잔함과 아쉬움이 짙게 묻어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소설이 이렇게 품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일반 통속소설의 가벼움과 문학소설의 지루함을 날려버릴 만큼 아름답고 격조가 있다. 잘 짜여진 구성도 한몫을 한다. 특히 열차의 스위치백, 동물원의 기린 이야기, 9월의 4분의 1이 뜻하는 것 등은 작품을 읽으면서 마음 속에 담아두고 싶은 부분이다.

사랑에 대해서 여전히 설레고 풋풋함을 담고 있으며, 애잔하고 안타까움에 가슴 먹먹함도 느낄 수 있다. 이 소설집의 마지막 부분까지 읽으면 [9월의 4분의 1]이 뜻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을 아는 순간, 읽는 독자는 또 한번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낄 것이다.

사랑에 대한 기억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다.
지나간 사랑을 추억하는 것으로도 옛사랑은 언제나 아름답고 오래오래 마음 속에 남아있다.

2009.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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