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실현될 수 없는 사회,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그리고 현실적인 헤테로토피아. – 솔스케이프

by oridosa 2025. 1. 2.

실현될 수 없는 사회,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그리고 현실적인 헤테로토피아. - 솔스케이프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란 단어가 있다. 미셸 푸코가 ‘유토피아(Utopia)’에 대응해 만든 말이다. 유토피아는 1516년 토머스 모어가 이상 세계를 향한 당시의 열풍을 비판하고자 쓴 소설책의 제목이었다. 유토피아라는 단어는 장소를 뜻하는 ‘Topia’에 ‘U’를 덧붙여 그가 만든 말인데, ‘U’에는 긍정과 부정 양쪽의 뜻이 다 있다. 좋기는 좋은데 불가능한 곳이 우리가 ‘이상향’으로 번역하는 유토피아인 셈이다. 

이 유토피아에 반대되는 말로 지옥향 혹은 암흑향으로 번역하는 ‘디스토피아(Dystopia)’라는 단어가 있다. 올더스 헉슬리가 1932년 낸 소설 [멋진 신세계]나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그려진, 비극적 종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도록 철저히 통제된 사회가 디스토피아였다. 이 디스토피아의 세계 역시 애초에는 유토피아를 꿈꾼 사회였으니, 결국 디스토피아는 유토피아와 같은 뜻일 수 있다. 물론 둘 다 실현될 수 없는 사회인 점에서도 같다. 

미셸 푸코는 헤테로토피아라는 단어를 만들면서, 이는 실현될 수 있는 유토피아라고 했다. 예를 들어, 어린이들이 부모 몰래 숨고 싶어 하는 2층 다락방 같은 곳, 신혼의 달콤한 꿈을 꾸는 여행지, 혹은 일상으로부터 탈출한 듯한 카니발 세계나 놀이 공원 같은 공간이 실제화된 유토피아인데 이것을 헤테로토피아라고 이름했다. 그러니 헤테로토피아는 한시적으로 유효한 유토피아이며, 바로 이 한시성 때문에 우리의 일상에서 유용한 존재 가치를 가진다. 

수목원이라는 장소에 그런 헤테로토피아의 성격이 있다. 방문객으로서 우리가 한시적이지만 일상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특별한 삶을 경험하는 곳, 그래서 다시 일상으로 나갈 힘을 얻는 곳, 그러기 위해서 홀로 자신을 성찰하고 발견하는 곳. 여기에 사유원이라는 이름을 지니게 했고, 이 속에 절박한 삶을 사는 수도원 같은 숙소가 필요하다고 여겼다. - 113p.~116p.

솔스케이프 / 승효상 / 한밤의빛
Soul Scape 

솔스케이프 / 승효상 / 한밤의빛. Soul Scape
솔스케이프 / 승효상 / 한밤의빛. Soul Scape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