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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건물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부름을 받은 이들’이 그 본래의 뜻이다. - 솔스케이프

by oridosa 2025. 1. 4.

교회는 건물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부름을 받은 이들’이 그 본래의 뜻이다. - 솔스케이프 


교회는 건물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교회를 의미하는 라틴어 단어는 ‘Ecclesia’인데, ‘부름을 받은 이들’이 그 본래의 뜻이다. 또한 신약성서의 에베소서 1장에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니 만물 안에서 만물을 충만케 하시는 자의 충만함”이라고 적혀 있기도 하다. 그러니 건물로 교회를 이해하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며, ‘교회당’이 교회라는 공동체를 담는 건물이다. 

교회당의 원형도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예수는 갈릴리 호숫가나 들과 언덕에서 진리를 가르쳤으니 교회당 원형이라면 야외의 공간이어야 한다. 로마 시대에 기독교가 공인된 후 공개적으로 많은 군중이 한꺼번에 모일 내부 공간이 필요해지자, 공회당이나 재판소 기능으로 쓰던 건물인 바실리카를 사용하면서 바실리키 양식이라 부르는 교회 건축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시대가 바뀌면서 건축의 역사는 변화하였고 교회당도 시대의 부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중세에 지은 고딕의 뾰족탑을 지금 세우면 반시대적 교회당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대를 거치면서도 변하지 않는, 교회당의 본질은 교회라는 공동체 즉 부름을 받아 속된 세상의 경계 밖으로 나와 새롭게 살기 위해 모인 이들을 위한 건축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교회당은 첫째로 경건성을 바탕으로 지어져야 한다. 그래서 성전이라고도 부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교회당은 신전이 아니라는 것이다. 교회당을 신전으로 여기는 건 무속적 신앙의 한 표본이다. 무소부재한 분, 어떤 곳에서도 존재하는 신이 교회당에만 있을 리가 없다. 교회당은 신을 가두는 집이 아니라, 부름을 받은 자들 곧 세상의 탐욕과 교만과 위선과 방탕과 거짓으로부터 스스로를 추방하고자 하는 우리들의 집이며, 그런 우리를 위해 신을 초대하여 임재하게 하는 성소다. 그래서 “아멘 베니도미네 예수(오소서 내 주여)”라고 기도한다. 

그런 우리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나는 건축이 당연히, 좋은 교회당이다. 그러므로 세속적이고 장식적인 공간이 아니라 가장 단순한 형태, 진정성으로 가득 찬 모습이 교회당 건축의 진실이며 목표가 되어야 한다.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는 명료한 것만큼 신비로운 게 없다고 했다. 명료하고 단순한 공간, 진리 속에서 자유하고자 하는 이들의 집, 바로 교회와 교회 건축의 본질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솔스케이프 / 승효상 / 한밤의빛
Soul Scape 

솔스케이프 / 승효상 / 한밤의빛. Soul Scape.
솔스케이프 / 승효상 / 한밤의빛. Soul 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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