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의 폭넓은 해석, 사상과 돈 - 무엇이 삶을 부유하게 만드는가
죄와 벌 줄거리
가난한 대학생 라스콜리니코프는 비열하고 사악한 전당포 노인을 죽여 그 재산으로 수백, 수천의 사람을 극빈에서 구원해준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그는 자신이 인간의 법을 초월하는 위대한 ‘초인’임을 입증하기 위해 도끼로 노파를 죽이고, 우연히 범죄 현장에 들른 노파의 여동생까지 살해한다.
그러나 살인 후 그는 엄습해오는 고통과 고독과 부자유로 몸부림친다. 목격자도 물증도 없는 상태에서 그는 범인으로 지목할 이유는 전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날카로운 예심판사 포르피리는 순전히 심리적 차원에서 라스콜리니코프를 의심하고 그에게 자백을 종용한다. 우연히 알게 된 매춘부 소냐도 또한 그에게 영혼의 부활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는 결국 죄를 고백하고 시베리아 유형 길에 오른다. 시베리아에서 그는 참다운 구원의 빛을 찾게 된다.
돈과 범죄 1
에드워드 카는 [죄와 벌]을 가리켜 “원칙에 따라 살인을 행하는” 젊은 학생 이야기라고 칭한 바 있다. 실제로 많은 비평가들이 [죄와 벌]에서 라스콜리니코프가 저지르는 범죄를 사상 혹은 이념에 결부해왔다. 요컨대 한 사람의 비열한 인간을 희생시켜 수만 명의 훌륭한 인간을 구해낸다는 이념, 그리고 위대한 인간에게는 모든 것이, 심지어 살인까지도 허용된다는 사상이 주인공을 살인으로 몰고 간다는 것이다.
[죄와 벌]은 매우 복잡하고 정교하고 치밀한 소설이다. 한 명을 희생시켜 천 명을 구한다는 ‘수학적 공식’과 비범한 인물에게는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초인 사상은 당시 러시아에 만연해 있던 공리주의, 합리적 이기주의, 실증주의, 사회주의 등등과 맞물리고, 라스콜리니코프의 고뇌는 심리학적 차원에서 분석되며 소냐와 포르피리의 제안은 독자를 결국 종교적 성찰로 유도한다.
그러나 이 모든 사상이나 심리학, 종교 등등을 일단 접어두고 순수하게 범죄라는 차원에서 소설을 다시 읽다 보면 돈이 가장 중요한 동기로 부상하게 됨을 부인할 수 없다. 작가의 개인적인 삶을 염두에 둘 때도 그렇고, 당대 사회를 염두에 둘 때도 그렇다. - 152p.
무엇이 삶을 부유하게 만드는가 / 석영중 / 위즈덤하우스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에서 정말로 행복한 시간이란 대체 얼마나 있을까? - 끝없는 바닥 / 이케이도 준 (0) | 2025.01.19 |
---|---|
[죄와 벌], 그들은 시계를, 삶을, 시간을 저당 잡힌다. - 무엇이 삶을 부유하게 만드는가 (0) | 2025.01.16 |
황제의 특사가 달려와 숨넘어가는 소리로 ‘형 집행 정지!’. 도스토옙스키의 일화 (0) | 2025.01.14 |
물신주의. 비루하고 천박한 삶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 - 솔스케이프 (0) | 2025.01.14 |
히가시노 게이고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 3편 (0) | 2025.01.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