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바통은 넘겨졌다 -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는 게 행운인 것은 ]
모리미야 씨가 다니던 고등학교에 전화를 걸었다. 결혼식 때 아빠에게 고맙다는 뜻으로 아빠가 고등학교 합창제 때 부른 곡을 깜짝 이벤트로 노래해 드리고 싶다고. 그러니 곡명을 알려 달라고. 20년 전 고등학교 3학년 학생. 몇 반인지는 모르지만 공부 제일 잘하던 반, 아마 월반을 했을 거라고 하자 내 이야기에 감동한 선생님이 알아봐주었다.
모리미야 씨가 고등학교 3학년 때 부른 노래는 나카지만 미유키의 ‘실’이었다. 악보는 악기점에서 쉽게 구했다. 들어본 적 있는 부드러운 선율. 몇 번 쳐 봤을 뿐인데 손가락은 멜로디를 기억해 주었다.
왜 우연히 마주치는지 우리는 아무 것도 모른다.
언제 우연히 마지치게 될 지 우리는 늘 모른다.
어디에 있었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먼 하늘 아래 두 가지 이야기
날실은 그대 씨실은 나
엮어 만드는 천은 언젠가 누군가의 상처를 감싸 줄지도 몰라
날실은 그대 씨실은 나
만나야 할 실이 만나는 걸 사람들은 운명이라 부르네.
더듬더듬 가사를 따라가던 모리미야 씨도 이내 또렷한 발음으로 노래하기 시작했다. 귀뿐만 아니라 피부로도 스며들 듯 부드럽고 깊은 목소리. ‘실’은 결혼식에서 자주 불리는 노래라고 악보에 적혀 있었다. 그래도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는 게 행운인 것은 부부나 연인만이 아니다. 이 곡을 들으면 그걸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바통은 넘겨졌다 / 세오 마이코 Maiko Seo / 권일영 / 스토리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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