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402

터에 새겨진 무늬가 우리 존재의 당위성 - 솔스케이프 터에 새겨진 무늬가 우리 존재의 당위성 - 솔스케이프 건축가에게는, 설계를 할 목적으로 땅을 처음 방문하는 것이 너무도 설레는 일이다. 특히, 모든 건축의 해답이 땅에 있다고 믿는 나에게는 더욱 그렇다. 주어진 땅을 처음 만나는 순간 그 땅에서 건축 설계의 실마리를 발견해야 하고, 그 실마리가 파편화되지 않도록 땅의 세밀한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심각한 시간이다. 그래서 새로운 땅에 가기 전 깨끗이 몸을 씻는 습관이 생기기도 했다.  실로 땅에는 엄청난 역사가 쓰여 있는 것을 나는 안다. 자연이 땅에 새긴 무늬 위에 우리의 삶의 무늬가 적층되면서 땅의 이야기는 더욱 깊어지고 고유해진다. 이게 바로 터무니라는 말이니, 터에 새겨진 무늬가 우리 존재의 당위성임을 우리 선조는 오래전부터 알았다는 것이다. 나는 .. 2025. 1. 7.
‘솔스케이프’와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건축가 스승과 제자. ‘솔스케이프’와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건축가 스승과 제자. 건축가 승효상의 2024년 신작 [솔스케이프]를 읽었다. 2024년 12월 말에 도서관에서 빌려서 1월 초에 다 읽었다. 건축가로서 많은 책을 펴낸 건축가이자 작가 승효상. 그의 책을 읽다 보면 집과 자연과 인간의 연결, 건축에 대한 사유를 느낄 수 있다. 언어가 깊이 있고 사상은 높고 이야기는 폭넓다. 읽으면서 매우 만족한다. 독서의 맛이란 이런 것이다.  몇 년 전에 읽은 일본 작가의 소설, 마쓰이에 마사시의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소설 속 주인공도 건축가인데, 대학 시절 일본의 유명 건축가 사무실에서 일하던 한 때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스승의 모습을 보며 건축을 배우고 깨닫는 제자의 모습이 인상적이었.. 2025. 1. 6.
산에 있는 사찰, 산사라는 단어는 세계가 공인한 고유명사 - 솔스케이프 산에 있는 사찰, 산사라는 단어는 세계가 공인한 고유명사 - 솔스케이프 신라의 자장율사가 당나라 유학을 마치고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가져와 안치하며 646년에 창건한 통도사는 불보사찰이라 불린다. 대장경으로 부처님 말씀을 보관하는 법보사찰인 해인사, 큰스님을 많이 배출하여 승보사찰의 이름을 얻은 송광사와 더불어 통도사는 우리나라 삼보사찰의 하나다. 이 귀한 진신사리는 고려 말 왜구 침략이나 임진왜란을 피하여 여러 곳으로 옮겨 다니다가 1603년에 다시 통도사로 돌아와 금강계단(金剛戒壇) 즉 금강석같이 단단한 계율의 단을 중수하고 봉안되었다.  통도사는 현재에도 소속된 승려 수가 천 명이 넘는다고 하며 산중 암자도 17개소를 보유하고 연간 100만 명 이상 방문하는 거대 사찰로, 산에 위치한 사찰 즉 산사.. 2025. 1. 5.
불교의 세속적 교리, 십계도(十界圖) - 솔스케이프 불교의 세속적 교리, 십계도(十界圖) - 솔스케이프 불교의 세속적 교리 중에, 세상을 수직적 단계로 나누는 ‘십계도(十界圖)’라는 게 있다. 제일 아래 단계에 있는 세상은 지옥으로, 죄지은 자의 영역이다. 그 위가 아귀들이 사는 세계로 탐욕과 인색, 질투의 화신이 모인다. 다음이 짐승처럼 서로 잡아먹고 싸우는 축생의 세계이고, 그다음이 축생과 인간이 섞여 사는 아수라의 세상이며, 그 위가 이성을 가진 인간, 또 그 위인 여섯 번째 단계에는 하늘이 있어 여기까지가 인간계다.  인간계 바로 위는 성문으로 부처님 말씀을 듣고 깨달은 이들이 사는 세상이며, 그 위 여덟 번째가 연각이니, 스스로 깨닫는 사람 즉 불교의 성자가 사는 세계를 일컫는다. 아홉 번째는 보살의 세계인데, 보살은 깨닫기를 원하면서 중생을 구.. 2025. 1. 5.
교회는 건물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부름을 받은 이들’이 그 본래의 뜻이다. - 솔스케이프 교회는 건물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부름을 받은 이들’이 그 본래의 뜻이다. - 솔스케이프 교회는 건물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교회를 의미하는 라틴어 단어는 ‘Ecclesia’인데, ‘부름을 받은 이들’이 그 본래의 뜻이다. 또한 신약성서의 에베소서 1장에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니 만물 안에서 만물을 충만케 하시는 자의 충만함”이라고 적혀 있기도 하다. 그러니 건물로 교회를 이해하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며, ‘교회당’이 교회라는 공동체를 담는 건물이다.  교회당의 원형도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예수는 갈릴리 호숫가나 들과 언덕에서 진리를 가르쳤으니 교회당 원형이라면 야외의 공간이어야 한다. 로마 시대에 기독교가 공인된 후 공개적으로 많은 군중이 한꺼번에 모일 내부 공간이 필요해지자, 공회당이나 재판소.. 2025. 1. 4.
실현될 수 없는 사회,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그리고 현실적인 헤테로토피아. – 솔스케이프 실현될 수 없는 사회,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그리고 현실적인 헤테로토피아. - 솔스케이프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란 단어가 있다. 미셸 푸코가 ‘유토피아(Utopia)’에 대응해 만든 말이다. 유토피아는 1516년 토머스 모어가 이상 세계를 향한 당시의 열풍을 비판하고자 쓴 소설책의 제목이었다. 유토피아라는 단어는 장소를 뜻하는 ‘Topia’에 ‘U’를 덧붙여 그가 만든 말인데, ‘U’에는 긍정과 부정 양쪽의 뜻이 다 있다. 좋기는 좋은데 불가능한 곳이 우리가 ‘이상향’으로 번역하는 유토피아인 셈이다.  이 유토피아에 반대되는 말로 지옥향 혹은 암흑향으로 번역하는 ‘디스토피아(Dystopia)’라는 단어가 있다. 올더스 헉슬리가 1932년 낸 소설 [멋진 신세계]나 조지 오웰의 소설 [1.. 2025. 1. 2.
혁신은 우리가 지금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 물리학자는 두뇌를 믿지 않는다 혁신은 우리가 지금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 물리학자는 두뇌를 믿지 않는다 때로 새로운 노력의 최종 결과가 지평선 너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곳까지 멀리 뻗어나가기도 한다. 1800년대 중반에 살았던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에게 자신의 유명한 전자기 법칙이 어떤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지 물었다면, 아마 그는 아무 말도 못 했을 것이다. 그러나 휴대전화에서 인터넷과 집안의 전등에 이르기까지 현대 생활의 거의 모든 것은 맥스웰방정식에 의존한다. 양자역학이 발견되던 초기 양자역학은 아무런 실용적인 기술로 이어지지 못하리라고 생각됐다. 그러나 현대 컴퓨터는 모두 양자역학에 토대를 둔다.  물리학의 역사를 보면 연구의 응용 가능성이나 유용성을 예측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닫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기초연구를 어.. 2024. 12. 28.
스페인독감은 결국 세계사를 바꾸고 만다. - 솔스케이프 스페인독감은 결국 세계사를 바꾸고 만다. - 솔스케이프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한 지난 2020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표지에 숫자 ‘2020’을 크게 쓴 다음 붉은 가위표로 덧칠하고 그 아래에 “THE WORST YEAR EVER”, 즉 ‘사상 최악의 해’라고 적시하며 연말 호를 발간하였다. 어쩌면 이 잔혹한 질병이 물러나기를 원하는 간절한 바람을 담았겠지만, 무정한 코로나는 그해보다 더한 희생자를 거듭하여 내다가 4년 차인 2023년에 이르러서야 숨죽이고 말았다. 그런데, 과연 [타임]의 절규처럼 코로나가 사상 최악의 질병일까? 아니다. 중세에 발생한 흑사병은 유럽 인구를 반으로 줄게 할 정도로 치명적이었으며, 100여 년 전에는 스페인독감이라 불리는 질병이 전 세계를 엄청난 공포로 몰아넣었다. .. 2024. 12. 27.
‘교육하다(educate)’라는 단어의 어원은 안에서 끌어낸다는 뜻이다. - 물리학자는 두뇌를 믿지 않는다 ‘교육하다(educate)’라는 단어의 어원은 안에서 끌어낸다는 뜻이다. - 물리학자는 두뇌를 믿지 않는다 고등학교 때 톰킨스 선생님은 늘 ‘교육하다(educate)’라는 단어의 어원은 주입한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했다. 그 어원인 라틴어 ‘educare’는 안에서 끌어낸다는 뜻이다. 칼은 내가 나 자신뿐만 아니라 내 학생들과 아이들에게서도 최고의 것을 끌어내게끔 자극한다.  능동적으로 배울 줄 알고, 또 그렇게 가르칠 줄 알 때 삶이 더 유의미해질 뿐 아니라 더 유능하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가르치며 살아가는 까닭이다. 직장에서 후배를 가르치든, 부모가 되어 자식을 가르치든, 소비자에게 정보를 전하든 누구나 삶의 어느 지점에서는 타인을 가르쳐야 하는 상황에 부닥친다. 그때 가르치.. 2024. 12. 26.
반응형